'완벽한' 내 짝은 없다.

by 솜대리



워런 버핏이라는 사람이 있어. (네가 이 글을 읽을 시점을 생각한다면 '있었어'라고 하는 게 맞겠지) 투자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이기도 해. 이 사람이 자선행사로 일 년에 한 번 자기와의 식사 자리를 경매에 붙여. 그 사람과 식사를 하고 조언을 얻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그 경매에 참여해서 그 권리는 수십억을 호가하기도 했어. 한 해는 어떤 사람이 그 권리를 따내서 딸들과 식사에 참여했대. 딸들에게 현인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그 자리에서 워런 버핏이 그 딸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니? '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거란다.'


100프로 공감하는 말이야. 나와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을 사람을 만나는 일이니까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해. 그런데, 배우자를 만나기 전에 흔히 잘 못 생각하는 게 있어.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을 찾으려고 해. 외모도 조건도 나이도 키도 성격도. 그런데 있잖아, 완벽한 사람은 없어. 지난번에 쓴 '틀림 아닌 다름'에서도 간접적으로 얘기했는데, 좋기만 한 건 없어. 예를 들어 너의 배우자가 엄청난 커리어를 가졌고 돈도 많아. 그럼 그 사람은 엄청 바쁠 거고, 육아나 각종 집안일은 너 혼자 해야 할 수도 있어. 반대로 너의 배우자가 네 요구에 백 프로 맞춰주고 다정다감해, 그럼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럴 경향이 커서 남한테 돈을 빌려준다던지 항상 밑지기만 해서 네 속이 터지던지 할 수도 있어.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좋기만 한 성격, 좋기만 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거쳐 네 삶의 모든 측면을 함께 나눌 사람이라면 완벽한 사람은 없어.


엄마는 처음에 아빠랑 만날까 말까 고민을 좀 했었어. 엄마는 그때는 '존경할 수 있는 사람(커리어 성취나 성숙도 등이 포함되는 개념이야)', '나랑 비슷한 사람'을 바랐는데 아빠는 둘 다 아니었거든. ㅋㅋ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커리어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고, 세상 물정에 밝은 스타일도 아니었고, 성격도 관심사도 살아온 지역도 커리어도 나랑은 엄청 달랐어. 만나면 편했고 호감은 갔는데 관계가 지속 가능할까 의문이었어.


그런데 만나보니 괜찮았어. 너무 다르다 보니까,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걸 아빠가 얘기해주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고. 그리고 보통 싸우는 이유가 상대방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서인데, 서로 너무 다르니까 그런 걸 웬만하면 바라지 않게 돼서 싸움이 적었어.


물론 100프로 다르기만 한 건 아니야. 엄마랑 아빠는 둘 다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비록 그 주제가 엄청나게 다를지언정), 성실하고 솔직한 성향이 있어. 그러다 보니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나 서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비슷했어. 공유하는 부분,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 게 좋고, 최소한의 요건을 바랄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최소한을 제외한 나머지는 열린 마음으로 종합적인 핏이나 감정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않았으면 엄마와 아빠는 만나지 못했을 거야.


아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어차피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건 좋은 위안이 되기도 해. 살다가 너랑 안 맞는 부분이 나타나도 '어차피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하고 넘어갈 수도 있거든. 결혼 전에 한 연예인의 인터뷰를 보고 인상 깊었던 적이 있어. 남편이 유명 축구 선수였는데, 비공개 SNS에서 감독은 폄하하는 발언을 해서 구설에 올랐었어. 여기에 대해서 이 연예인이 '(대중에게 노출된 직업이니 만큼) 뭇매를 맞을 때는 충분히 맞고 지나가야 한다.'라고 답했어. 나는 같은 상황이면 못 견디게 싫을 것 같은데, 속사정이야 어쨌든 저렇게 쿨하게 발언하는 게 정말 멋있었어. 하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 살아보니 와닿는 게 좀 달라. 물론 지금도 참 멋있는 발언이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못 살게 싫을 것 같지는 않아. '아 나 정말' 하고 잔소리 한 번 하고 지나갈 것 같아. 완벽한 짝은 없고, 나 자신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대충 선택하라는 얘기는 아니야. 완벽한 짝이란 없으니, 절대적인 조건들을 세우지 말고 너에게 맞는 사람을 잘 골라 보라는 거지. 그렇게 해서 너의 사람을 만난다면, 불완전한 사람끼리 만났으니 서로 이해해주고 때론 투닥거리며 살면 돼.


말은 쉽지만 어려운 얘기라는 걸 잘 알아. 우선 많은 사람들을 만나봐. 꼭 사귀지 않아도 돼. 열린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너와 맞춰봐. 친구들 경험담도 들어보고. 그러다 보면 너만의 핏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다음에는... 운명에 맡겨보자. 엄마가 지금부터 네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열심히 기원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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