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중하기

by 솜대리



엄마는 요즘 널 낳기 전보다 훨씬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사는 것 같아. 아이를 낳고 아이 보기에도 정신없는데 스스로에게 집중하다니 얼핏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들어봐.


예를 들어 휴일에 음식 공부를 할까, DIY 귀걸이를 만들까 고민이라고 해보자. 사실 전 날 친구가 DIY로 만든 귀걸이를 차고 온 걸 봤는데 예뻤고 재밌을 것 같기도 해서 귀걸이 만들기가 좀 더 하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손재주도 센스도 없어서 장기적인 취미가 될 것 같지는 않아.


그럼 예전의 엄마는 무조건 음식 공부를 했어. 귀걸이 만들기가 더 하고 싶지만 음식 공부를 더 하는 게 훨씬 '성취감' 있는 일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거든. 나중에 엄마가 쓰는 음식 칼럼에 써먹을 수도 있고, 그럼 엄마 자신의 브랜드를 쌓거나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요즘에는 그 순간 더 하고 싶은 일, 귀걸이 만들기를 해. 그렇게 압박감을 버리고 마음 가는 대로 하다 보면 새로운 관심사를 찾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Conneting the dots'라고 하듯 나중에 좋은 기회로 엮어질 수도 있을 거고. 그리고 그렇게 뭔가 결과로 엮어지지 않더라도 괜찮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순간 즐거웠으니까.


이 예시는 실화에 기반해. 며칠 전에 ㅈㅁ이모가 귀걸이 만들기를 했다는데 엄마도 엄청 해보고 싶더라고. 다음에 여유시간이 나면 꼭 해야지!


너를 낳고 확실히 내 시간과 자유가 많이 줄었어. 자고 싶을 때 자거나 씻고 싶을 때 씻지 못해. 지금 집을 알아보는데도 집의 상태나 아빠의 직주 근접성보다는 너의 어린이집 접근성이나 지하 주차장이 제일 중요한 조건이 되었어. 잠자는 거나 집 보는 것도 이럴진대 엄마의 여가 시간은 더 그렇지.


그런데 내 시간과 자유가 줄어드니까 그만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구가 압축되어 커지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게 되었어. 이제야. 그러다 보니 나 자신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내가 나 자신을 잘 들여다보지 못하고 무작정 앞으로 내 달리기만 하고 있다는 걸.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너 자신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책에서, 선생님한테서 많이 들었어.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나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귀걸이 만들기 같은 사소한 게 아니라 훨씬 크고 대단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어. 미래에 '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을 선택하는 건 나에게 집중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니었어. 사소한 일들은 사실 사소한 게 아니었어. 그런 선택 하나하나가 쌓여서 내가 되는 거지. 미래에 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몰라서 내가 지금 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 건 미래에 그럴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현재에 확실한 나의 마음을 묻는 거지.


너는 지금, 너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