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여유 갖기

by 솜대리



대학생 때 누가 근육 운동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어. 예를 들어 팔 근육 운동을 하다가 힘들면 다리 근육 운동을 하고, 그다음에는 복근 운동을 하고, 이런 식이면 오랜 시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창 여러 가지 활동(동아리 활동, 공모전, 홍보대사, 인턴 지원, 외국어 공부 등등)을 병행하고 있던 그때 엄마에겐 그 말이 마치 이대로 계속해도 지치지 않을 수 있다 로 들렸어.



그런데 있잖아. 지치더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야. 근육 운동할 때 아무리 근육을 번갈아가며 쓰더라도 24시간 운동할 수는 없잖아. 그 말을 듣고 열심히 나는 굴리던 나는 결국 지치고 말았어. (사실 그 말을 안 들었어도 지쳤겠지만.) 그때는 20대 초반이라서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는데 정신적으로 넉다운이 되더라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새로운 생각도 못하고.


엄마는 성실함과 노력의 끝판왕은, 여유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거라고 생각해



체력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여유가 없는 건 '욕심' 때문일 텐데, 욕심 때문이라면 더더욱 여유가 있어야 해. 뭔가 잘하려면 주변과 관계를 잘 쌓아놔야 하는데, 여유가 없는 사람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고, 기회를 주려고 해도 망설여지게 돼. 스스로 새로운 능력을 쌓거나 기회를 포착하기도 어려워지고.


그리고 여유가 없으면 일상도 힘들어져. 내 가족, 내 친구와 멀어질 수밖에 없어. 아무리 내가 성실하고 실력 있어도 삶을 즐기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니.


너랑 아빠랑 이렇게 좋은 곳 놀러다니고 맛있는 음식 먹고 살아야지!


철학에서도 여유는 중요한 개념이야. 철학자 한병철 님은 책 '피로사회'에서 휴일을 이렇게 표현했어. 그날은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생겨나는 날이라고. 영감의 시간이고, 놀이의 시간이고, 평화의 시간이라고. 우리는 '무위의 피로'가 필요하다고.


이 책 괜찮아. 얇아서 부담도 없고 ㅎㅎ (그나저나 네가 이 글을 읽기 20년 전의 엄마 손이네. 젊지! ㅎㅎ)


하다 못해 근력 운동도 하루 건너 하루씩 하면 근육이 새로 생성되고 자리 잡는데 더 좋다고 하고,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매일매일 하는 것보다 중간에 하루 씩 쉬어주는 게 뇌가 배운 지식을 정리하고 제대로 자리 잡게 해서 더 효율적이라고 하잖아.


일을 열심히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듯, 여유는 열심히 노력해서라도 가져야 하는 거야.


이건 누구나에게 마찬가지야. 나는 여유를 노력해서 가져야 하는 건, 나처럼 맨날 동동거리고 정신없는 사람에 한정된 이야기인 줄 알았어. 너희 아빠 같은 사람은 여유를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 정말 너네 아빠는 내가 태어나서 본 사람 중에 제일 느긋한 사람이었단 말이지. 그런데 아니더라고. 모든 사람은 반드시 여유가 필요해.


엄마의 육아 휴직이 끝나고, 아빠는 스스로 6시까지 출근하고 2시 반에 퇴근하는 삶을 택했어. 너랑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매일 5시에는 일어나서 6시까지 출근해서, 야근에 특근을 밥 먹듯 하며 하던 일을 8시간 안에 끝내고, 집에 와서 정신없이 너를 보고. 엄마가 퇴근해도 번갈아가며 한 명을 너를 보고 한 명은 집안일을 하는 생활을 반복했지. 그렇게 했더니, 너희 아빠도 바뀌더라고. 전에 비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졌어. 지금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야.


그러니까, 여유는 꼭 가지도록 해. 없으면 노력해서 찾아서 가져야 해. 아 그리고, 여유는 한 번 부릴 때 제대로 부려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 여유는 10분씩 6번 쉬어서 오는 게 아니고 통으로 쉬면서 오는 거야. 몸은 쉬면서 머릿속으로는 내일 할 일을 생각해본다거나 이런 것도 안 쳐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