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요새 부서 이동을 준비 중이야. 내부 승인만 남았고, 그 승인을 기다리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부서 이동을 앞두고 있는 데다 지금 있는 조직도 불안정한 상황이라 일은 여유가 있어. 너는 어린이집 하원 하면 외할머니가 봐주고 계셔서, 어린 너와 한 집에 있으면서도 재택이 가능하고, 틈틈이 너랑 보내는 시간도 많아.
평일 저녁에 이렇게 너랑 아빠랑 산책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어. 마음이 붕 떠서 그냥 가만히 있어도 정신이 없는 느낌. 일도 집중해서 안되고 그렇다고 육아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점심시간에는 너도 오기 전이고 집에 조용히 있으니 책이라도 읽으면 좋으련만 책 한 장 들췄다가 집안일 좀 하다가, 책 다시 펼쳤다가 청소하다가. 퇴근하고 너도 잠든 귀한 자유시간에도 엄마 상태는 마찬가지.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재택을 하다 보니 일과 육아와 집안일이 막 섞여 들기도 하고, 회사 상황도 그렇고, 또 이사 건도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가만있어도 내내 정신이 없었어.
참고로 아까 그 사진 찍자 마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단다 ㅋㅋ 어린 아이가 있으면 정신이 있기가 힘들기는 해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나니까 나 자신이 점점 마음에 안 들더라. 이 시간도 딱히 만족스럽지 않은 나라면, 이런저런 생각에 울적할 나라면 그냥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럴 것 같았어. 나는 대체 왜 이런 걸까, 그러고 보면 나는 항상 예민하고 우울한 구석이 있었던 것 같아, 하면서.
그런데 있잖아, 그렇게 한 2주가 지나니까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어. 일은 조금 편한 마음으로 하게 되었고, 이미 내 손을 떠난 부서 이동 건도 조금 더 마음 놓고 지켜보게 되었고, 네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잠깐잠깐 네 얼굴을 볼 수 있고 가족들과 육아를 나눠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졌어. 불과 며칠 전, 내가 가지지 못해 갈망하던 그 마음 상태가 어느덧 되어있었어.
이렇게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저 멀리 너랑 네 아빠가 보이니?)
생각해보니 항상 그랬어. 어떤 변화가 있을 때마다, 엄마는 스스로의 술렁거리는 마음과 적응 못하는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항상 마음은 가라앉았고, 어떤 방향으로든 적응은 하고야 말았어.
그 며칠을 못 기다려준 거야. 변화가 있을 때 마음이 술렁이고 평소 같지 못한 건 당연한 건데 그걸 지켜봐 주지 못하고 삼십몇 년간 나를 못 마땅하게 바라봐 온 거야. 남의 상황은 잘 배려해주면서 왜 내 마음은 읽어주지 못한 걸까. 매번 반복되는 상황인데 그걸 인지 조차 못하고 전혀 나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못했어.
너는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는데! ㅎㅎ 네 장난감을 하나 사 주러 갔는데, 너는 샘플 장난감들에 혹해서 떠날 줄을 몰랐단다.
내 상태를 잘 알지 못하면 적절한 판단이 안 될 뿐 아니라 - 쓸데없이 불행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게 되잖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인데 그게 얼마나 아까운 일이니.
왜,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보라고 하잖아. 엄마는 거기에 한 마디 덧붙이고 싶어.
자기 마음을 '시간을 두고' 잘 들여다 봐주라고.
이제부터 엄마는 노력해볼 셈이야. 엄마가 잘 노력해 왔는지, 미래의 네가 평가를 좀 해줘. 그리고 그 김에, 너 자신은 어떤지 한 번 돌아본다면 더 좋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