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지만) 엄마는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항상 바쁜 사람이야. 그래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기도 하지만 엄마는 스스로의 이런 성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덕분에 성취한 것들도 있고 이런 성격이 남들에게 크게 해를 끼친 적도 없고.
하지만 너를 낳고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그 성격이 엄마 자신을 너무 힘들게 했거든. 주말 낮잠도 알람 맞춰서 15분만 자고 벌떡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던 엄마는, 육아를 하면서 내 시간이 없어지는 게 아주 오래 힘들었어. 다른 초보 부모들도 다들 이런 점을 힘들어하기는 하는데 엄마는 스스로의 성격 때문에 더더욱 힘들었던 것 같아. (그 와중에도 너는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어.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다 네 덕이야. 너도 아이를 낳게 된다면 알겠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육아가 힘든 건 별개 문제란다. ) 내가 뭘 하려면 아빠나 외할머니가 대신 너를 봐줘야 했기 때문에 내 욕심이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게 되었고.
그 시점에 회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 전에 일하던 팀에 독특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있었어. 윗사람이 시키는 일도 잘 안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도 많이 하고. 1년 정도 같은 팀에 있었는데 굳이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다시 같은 팀이 되었어. 그때는 팀이 작아져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피할 수 없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편하게 대하기로 마음먹어보았어. 그랬더니 글쎄, 그 사람과 잘 지내게 되었지 뭐야. 내가 그 사람이랑 개인 메신저를 하는 걸 보고 다른 사람들은 다 놀라워했을 정도였어. 분명 조직생활에 안 맞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내가 전에 같은 팀이었을 때는 왜 굳이 멀리했나 싶더라고.
내 성격과 동료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면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
나는 내가 열린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나 자신이 평범의 범주에서는 약간 벗어나기도 했고 (ㅎㅎ) 워낙 오지 여행도 많이 다니고 외국 사람들과 일을 많이 하면서 '다름'에 익숙한 줄 알았어. 그런데 나도 섣불리 '틀리다'라고 얘기하고 있었던거야.
나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물론 지금도 옳고 그르다, 좋다 나쁘다고 판단하고 있는 일들이 있어. 하지만 전만큼 확고하게 나 자신의 판단을 믿지는 않아. 지금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내 판단이 바뀔 수 있거든.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의견에 진심으로 더 귀 기울이기도 하고, 나이를 먹고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게 기대되기도 해. 사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건 스스로도 꽤 마음에 드는 일이야 ㅎㅎ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다'라는 건 경험해야 정말 알 수 있는 것 같아. 물론 엄마도 네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다름'을 겪게 하겠지만, 어른이 된 너도 스스로 그런 상황들을 많이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