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렸을 때는 '위인전', '영웅전' 같은 시리즈물이 많았어.
(1) 엄청난 능력으로 고난과 역경을 훌쩍 뛰어넘고
(2) 세상을 확 바꿔버리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지. 그런 책을 보며 커서 그런가 어렸을 때 세상은 그런 몇 안 되는 특별한 사람들 덕분에 발전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세상에 나오고 보니 (1)도 (2)도 혼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였어.
(1)부터 보자. 아무리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꿈을 볼 수 있는 환경, 보여줄 사람, 지지해주는 사람이 필요해. 또 그 사람들을 뒷받침하는 사회가 있어야 하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학교도 가지 못하고 집 안에서만 지내다가 변호사가 되어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원영 변호사도 책 '희망보다 욕망'에서 비슷한 얘기를 해.
외롭고 가난한 상황에서 아들의 질병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내 부모가 만약 조금이라도 나를 포기할 마음을 먹었다면 나는 이곳에 없었을 것이다. 재활학교에 진학한 이후 누군가의 조력이 없었다면 나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그 무렵 광범위한 장애인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지금처럼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2). 세상은 한 개인의 힘으로 바뀔 만큼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쌓이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아. 갑자기 아이폰이 나와 세상을 바꾼 것 같지만 그 뒤에는 바탕이 되는 기술 개발이 꾸준히 있었고, 비슷한 시도들이 있었어. 누군가 세상을 바꾼 것 같니? 그 주변을 잘 살펴봐. 분명 그 사람과 함께 노력한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야. 그 사람이 눈에 뜨인 건 그 많은 사람 중에 그 사람이 대중적으로 잘 보이는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일 수도, 이미 여러 사람들이 물을 조금씩 부어 찰랑찰랑 하던 컵에 표면장력을 깨트릴 마지막 한 방울을 우연히 붓게 되어서 일수도 있어.
위인, 영웅이란 없으니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야.
세상은 작은 노력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계속해서 노력하라는 말이야.
네가 영웅이나 위인이 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어. 네가 어떤 일을 하는데 리더가 되거나 반드시 이름이 나지 않아도 돼. 혹은 사회에,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걸로 충분해. 아니, 어쩌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이나 가져오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아무리 미약해 보이는 행동이라도 반드시 하길 바라. 세상은 많은 사람들의 작은 노력, 매일의 고민으로 바뀌는 거니까. 위인이나 영웅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