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키즈 카페에 간 사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설 연휴가 시작되고 삼일째. 첫날 저녁에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북토크를 다녀왔고, 오늘 오전에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교외 카페에서는 남편이 아이를 집중마크했다. 남편은 육아를 돕지 않고 정말로 함께 한다. 아이가 응가를 하면 당연하게 아빠를 찾아갈 정도다.
내복 바람으로 쓰레기도 함께 버리러 가고
남편도 나도 일을 하기 때문에 육아를 나눠서 하는 게 이성적으로는 당연한 일이지만, 사회 분위기 상 당연한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가사나 육아는 주로 엄마의 몫이고 아빠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자기 일이 아닌 것을 시켜서 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편은 조금 발을 빼도 괜찮을 텐데 결코 그러지 않는다.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때때로 생각한다.
아이를 낳은 후 남편과 참 많이 투닥거렸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좀처럼 싸울 일이 없었는데, 아이를 낳고는 수시로 논쟁을 벌인다. 대부분이 양육 방법에 대한 것이다. 숟가락을 떨어트렸을 때 주워주냐 마냐, 자다 깬 아이한테 어떻게 하냐를 두고도 치열하게 얘기한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좀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쪽 다 본인이 주 양육자라고 생각하다 보니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놀이터도 엄마보다 체력좋은 아빠랑 가는걸 좋아한다.
그 상황에서 감정적이 되는 일은 거의 전무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서로 종종 마음이 상한다. 더 큰 문제는 마음이 상해도 서로 풀 여유가 없다. 밀도 있게 일하다가 퇴근해서 밀도 있게 육아하고 아이와 함께 잠들다 보니 남편과 대화할 일이 있으면 아이 등원시키고 출근하는 길에 통화해야 하는 지경이다. (남편은 아이 하원을 위해 새벽에 출근한다.)
그래서 종종 잊는다. 남편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내가 얼마나 감사한 상황에 있는지. 아주 가끔, 이렇게 멍하게 있을 시간이 주어지면 그제야 슬금슬금 고마움과 감사함이 올라와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 이 글을 보는 남편은 '그래서 더 자주 독박 육아하라고?' 하며 뜨악할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그런 목적은 아니었음을 밝혀둔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