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회식이 필요하다

육아 동지와 잘 지내기

by 솜대리




요즘 나는 종종 남편을 육아 동지라고 표현한다. 요즘 남편은 나에게 남편이기 앞서 육아 동지이기 때문이다. 이게 반드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부에게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맞벌이 부부도 비슷하겠지만 우리는 교대근무조 짜듯 번갈아 가며 육아를 한다. 아침에는 내가 아이를 깨워서 챙겨 등원을 시킨다. 남편은 꼭두새벽에 출근했다가 일찍 퇴근해서 하원을 시키고 내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본다. 나도 퇴근한 후에는 육아와 집안일을 번갈아가며 하다가, 집안일이 끝날 즈음이면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은 슬슬 잠이 들고, 나도 아이를 재우다 함께 잠든다.


가끔은 서로 집안일을 맡겠다며 투닥거린다 ㅋㅋ


뭐든 번갈아 가면서 하다 보니 같이 있는 시간은 많아도 이야기할 시간은 없다. 회사에 있을 때 서로 메신저를 하지만, 아이를 낳기 전에는 그 메시지가 '출근 잘했어?' 였다면 이제는 '하원하고 뽀로로 까까 주기로 약속했어, 뽀로로 까까 싱크대 위에 있다.'가 되었다.


그러다가 이번 연휴에 시댁에 내려오면서 오래간만에 함께 푹 쉬고 있다. 아이를 봐주셔서 둘이 같이 1박 2일 호캉스도 했고, 지금 이 글도 아이가 낮잠 자는 사이 근처 카페에 나와서 쓰고 있다.


호캉스는 글쓰기와 함께


이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육아를 함께하는 부부 간에도 가끔 회식이 필요하다 싶다. 아이와 떨어져서 함께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얘기들이 있다.


주말에도 아이가 낮잠을 잘 때 함께 쉬기는 하지만 그때와 다르다. 그때는 반쯤 아이에게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각자 쉬기 급급한 데다, 정신없이 육아하던 공간에서 갑자기 각 잡고 하는 대화는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다.


마치 회식 같다. 회사에서도 서로 긴밀하게 일할 사이라면 일만 하는 것보다는 가끔 밥도 먹고 시시껄렁한 얘기도 하는 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서로의 스타일을 파악해서 더욱 원만하게 일을 할 수도 있고, 필요한 정보를 미리 공유받기도 한다.


육아 동지 간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딱히 할 말이 없는 것 같고,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아도, 일부러라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참 좋다. 서로가 단순한 육아 동지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반려자였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고, 쌓였던 감정이 있다면 풀리기도 하고, 리프레쉬도 된다. 그러다 보면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육아를 함께 하더라도 서로 부딪히는 일도 적어지고 말이라도 한 번 부드럽게 하게 된다.


해변 산책로를 걷다가 해변으로 나가는 길을 발견하고 날다람쥐같이 달려간 남편을 보고 귀여워하기도 하고


갈수록 나의 아이에 대한 애착이 강해져서 ㅎㅎ 가끔 아이를 두고 남편과 둘이 나가자면 아이가 눈에 밟히기는 하고, 남편과 둘이 나가서 뭐하나 싶기도 하지만 ㅎㅎ 육아 위해서라도 가끔은 육아 동지와의 회식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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