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138일 차
오늘은 남편과 서점이나 가려고 지하철 역에 갔다가 경찰을 보았다. 개찰구를 들어가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 코너에 숨어 있었다. 무임 승차하는 사람들을 잡으려는 모양이었다. 뉴욕은 지하철 개찰구에 바가 허술하게 되어 있고 비상구도 옆에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무임 승차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다. 동기가 한 번 친구 따라 무임승차를 처음 해봤는데 경찰에게 잡혀서 벌금 100달러를 냈다고 하길래, 나는 본 적 없는 경찰이 대체 어디에 있었나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만났다.
여기는 워낙 험한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경찰들도 무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무임승차 잡는 것뿐인데도 괜히 긴장이 됐다.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만한 자리에 서서는 남편에게 경찰을 봤냐고 하니 못 봤단다.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데 그걸 못 보다니. 어디에 있다고 얘기해 주니 그쪽으로 가보고 나서야 "경찰이 있었네, 진짜 못 봤어." 그런다.
남편은 항상 손해 보더라도 맘 편한 걸 최우선 시 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이런 것도 안 보이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자기 입으로도 "그런데 나는 못 봐도 괜찮아." 이런다 ㅋㅋ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힐끔힐끔 개찰구 쪽을 살피는데, 평소에 10명 중 1명은 꼭 무임승차를 했다면 오늘은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20명이 넘게 개찰구를 통과했는데도 그랬다. 다만 현지인 같은데 갑자기 티켓 머신에 가서 티켓을 산다던지, 통과하는가 싶더니 갑작스럽게 태그를 한다던지, 통과를 하려다 못하고 내내 개찰구에 서 있는다던지 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내내 개찰구에 서 있는 사람이 혹시 지하철이 들어왔을 때 뛰어들어오거나 하면 어쩌지 하고 긴장했는데, 경찰이 계속 째려보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가 지하철을 탈 때까지 내내 거기 서있기만 했다.
경찰이 진짜 안 보이는 곳에 잘 숨어 있었는데, 진짜 기가 막혔다. 이러니 내 동기처럼 어설프게 시도하는 사람들만 걸리는 모양이다. 착한 사람한테만 보이는 게 있는 게 아니라, 나쁜 사람들한테만 경찰이 보이는 모양이다.
평소에는 승무원이 빤히 있어도 다들 무임승차를 하는데 경찰이 무섭긴 무섭다. 무임승차는 사실 경범죄긴 하지만, 그래도 수시로 무임 승차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그래도 치안은 우리나라가 훨씬 낫구나 싶다. 여기 와서 자꾸 한국의 안전함을 새삼 느낀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자꾸 교외로 빠지나 보다. 교외는 일단 차가 있어야 하니까 거기서 진입 장벽이 생기니. 우리나라에서는 시골이 더 치안 같은 건 불안정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그 반대다. 생각해 보면 그 저변에는 치안에 대한 믿음의 차이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