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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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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Oct 24. 2024

걷는 기쁨_241022

미국생활 430일 차


오늘 출산 후 처음으로 1시간 넘게 산책을 했다. 늘 센트럴 파크 저수지 산책로 출입구로 들어가면 400미터 정도 걷고 바로 다음 출입구에서 나왔는데, 오늘은 마음을 먹고 모른 척 지나갔다. 처음부터 오늘은 조금 더 걸어볼 생각은 있었지만, 평소처럼 조금 걷다가 장 보러 가려고 했는데 기왕 걷는 거 나를 위해 더 걷기로 마음먹었다.


뉴욕 조깅코스로 미디어에 많이 등장하는 센트럴 파크 재클린 케네디 저수지


저수지 산책로가 지겹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저수지라도 조금 더 걸어가니 기분이 확 달랐다. 산책로를 통해 센트럴 파크를 가로질러 어퍼이스트사이드로 나갔더니 마음이 콩닥콩닥했다. 나가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쿠퍼휴잇 미술관이 보였다. 간판과 전시를 바뀌어 있었다. 다음에 꼭 와서 봐야지 하며 마음이 설렜다.


입구 간판도 이리 감각적이다 ㅎㅎ


볼 수 있을까 싶던 어퍼이스트의 핼러윈 장식들도 보았다. 우리 동네보단 여기가 제대로구나, 이렇게 고상하게 핼러윈 장식을 할 수도 있구나 감탄했다. 어퍼이스트 사람들의 멀끔한 차림도 유독 눈에 띄었다. 출산 후 처음으로 제대로 하는 다른 동네 나들이라 기분도 업되고 감각도 예민해진 듯했다.


어나더레벨의 핼러윈 장식


무엇보다도 내가 내 발로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기뻤다. 나도 이제 다른 사람들처럼 다닐 수 있겠구나 싶었다. 걷는 것만으로도 자기 효용감이 올라갔다. 정말 기뻤다. 사람은 잃어봐야 잃은 것의 감사함을 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내가 또 놓치고 있는 감사함은 없을까.


행복한 산책이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다니는 거리를 늘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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