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435일 차
나를 한 달 넘게 고민하게 했던 첫째 생일이 오늘이었다. 집 근처 놀이터 구석에 돗자리를 펴고 친구네 두 가족과 함께 놀았다. 날씨는 청량하니 좋았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와서 와서 먹다가 왔다 갔다 하고. 어른들은 수다를 떨면서 구경하고. 아주 조촐했지만 딸내미가 좋아해 줘서 보람 있었다. ㅎㅎ
생후 두 달된 둘째가 잘 있을 수 있을까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수유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생일잔치 직전과 직후로 맞춰주고 그렇게 많이 우는 애가 생일잔치 내내 있는 듯 없는 듯 있어주었다. 넌 이걸로 언니 생일 선물 다했다 ㅎㅎ
음식은 보통 피자나 베이글, 케이크나 컵케이크, 과일 한 가지 정도를 준비하는데, 식사 때도 아니라 피자 베이글 대신 한국 떡과 약과, 과자를 준비했다. 보통 생일잔치 끝나고 가는 길에 들려주는 구디백은 손가락만 한 장난감이나 캔디 대신 꼬북칩으로 준비했고. ㅎㅎ 여기 방식과 조금 다르기도 하고 단출했지만 두 가족 다 잘 즐겨주어 감사했다. 이거 준비하는데도 한참 걸려서 더했음 큰 일 날 뻔했다.
그 외에도 생일이라고 점심 저녁으로 열심히 밥을 하고, 아이랑도 신나게 놀았다. 그래도 딸내미는 오기로 했던 세 번째 가족이 갑자기 아파서 못 오게 되자 괜히 나한테 짜증을 부렸지만. 그래, 엄마한테 대신 짜증도 낼 줄 알고 너도 많이 컸다. ㅎㅎ 딸내미, 엄마한테 와주고 무럭무럭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