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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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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Nov 09. 2024

푸드에이드_241107

미국생활 446일 차



지금 우리 집에는 먹을 게 넘쳐난다. 스테이크, 수제 버거, 치킨가스, 라비올리 등 다양한 음식을 요리할 수 있는 신선한 식재료가 집에 가득 찼다. 아니, 가득 찬 정도가 아니다. 100끼 분량이나 있어서 온 집안이 식재료로 터져나간다.


왠지 신이 난 딸내미. 이렇게 넣으면 냉장고가 잘 돌아가긴 할까 ㅠㅠ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요즘 우리 가족은 밀키트로 먹고 산다. 일주일에 한 번 밀키트들을 배송받는데, 그럼 적어도 장 볼 걱정과 메뉴 걱정은 안 해도 돼서 좋다. 보통은 5 메뉴 * 4인분 씩 총 20끼 치를 배송받는다. 그런데 내 주문의 3배 분량 (60끼 치) 이 배송된다는 것이다. 고객센터에 연락해 보니 시스템 오류라고 40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란다.


밀키트로 요런 걸 해 먹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오늘, 40끼 치가 또 발송됐다. 추가로 배송된 40끼가 (또!) 시스템 오류로 분실처리가 돼서 또다시 배송이 된 거다. 뭔가 재배송 된다는 메일을 받기는 했는데, 워낙 배송 문제가 많고 믿을 수가 없어서 내버려 두고 있었다. 이번만 해도 수량 문제를 제외하고도 배송 문제가 많았다. 요청한 요일에 일부만 오고 나머지는 다른 요일에 온다던지, 배송 일정이 바뀐다고 했다가 원래대로 왔다가… 그래서 이 것도 그냥 넘기고 있었더니… 100끼 치의 식재료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40끼가 추가로 왔을 때는, 너무 많다싶기는 해도 공짜로 받은 거고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엉망진창 시스템에 득 볼 때도 있네 싶고. 그런데 40끼가 추가로 오니 놓을 데가 없다. 레시피 별로 포장되어 있는 봉지를 일일이 뜯어서 통조림이나 곡물을 다 빼놓고, 그래도 안 들어가서 감자도 다 빼서 상자에 보관하고 난리를 쳤다. (감자랑 고구마, 양파만 해도 택배 박스 한 박스가 나왔다…) 찬장도 가득 차서 한동안은 간식도 함부로 못 사게 생겼다.


공짜로 받은 80인분은 내가 선택한 레시피가 아니다. 나는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걸로 선택했는데 왜 미트로프를 빚고 있는가…


이 와중에 다른 택배가 하나 와서 뭔가 봤더니 이건 기저귀다. 기저귀 정기 배송을 신청했다가 취소했는데 기저귀 200여 개가 또 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기 배송은 잘 취소가 되었고 결제된 것도 없다. 고객센터에 연락해 보려는데 너무 지쳐서 적어도 오늘은 안 하기로 했다. 남편이랑 농담으로 우리가 무소득층이라 밀키트 업체와 기저귀 업체에서 보조를 해주는 거라며 웃었다.


아무리 간단한 레시피라도 하기 번거로워서 1.5일에 한 끼 정도만 할 생각이었는데, 점심 저녁으로 해 먹게 생겼다…


뭐 이번에야 어찌 보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풀렸지만, 매번 이렇게 실수나 오류가 많으니 뭘 믿고 할 수가 없다. 밀키트 업체나 기저귀 업체나 여기서 가장 유명한 업체들인데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 우리나라에선 그냥 정기 배송 신청하고 편하게 잊고 지낼 것도, 여기서는 매번 챙겨봐야 해서 일상의 피로가 많다.


아 밀키트 이거 언제 다 해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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