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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마지막 등교일_241220

미국생활 477일 차

by 솜대리



딸내미의 마지막 등교일이었다. 하원하러 가니,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애를 건네는 게 아니고 애를 안아주었다. “Your next teacher will be so lucky. (너를 맞이할 다음 선생님은 정말 운이 좋은 거야)”라고 아이에게 얘기해 주면서. 선생님은 평소 무뚝뚝한 스타일이라 그 말이 더 와닿았다.


학교를 나서는데 오만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영어 한마디 못하는 딸내미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내던 초기, 친구들이 생기고 말이 늘어가는 딸내미를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보던 시기 등등. 이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게 되어 정말이지 감사하다.


하원시간을 기다리는 풍경. 이제 이 풍경도 추억으로 남겠지.


나는 오만 감상에 휩싸여 있는데, 딸내미는 감정 표현이 아직 서툰 건지 무덤덤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을 거라면서도, 학교를 더 이상 안 가는 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국 가면 공부 안 해도 되는 거라 생각하나 보다. ㅋㅋ 한국 영유에 가면 더 혹독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딸내미 ㅠ


하원하고는 Pre-K에서 같은 반이었던 샬럿네 집에 놀러 갔다. 한국에 가는 날까지 10일 간 딸내미는 일정이 빡빡하다. 딸내미 친구들 집에 초대받거나 파티를 열거나, 심지어 딸내미를 맡아주기로 했다. 딸내미가 진짜 복이 많다. 덕분에 처음에는 한국 가기 전까지 겨울 방학 기간을 어떻게 보내나 싶었는데, 지금은 연말을 보내고 가길 잘했다 싶다.


샬럿 집에서는 정말 잘 놀았다. 샬럿 엄마와는 아기들 플데를 핑계로 가끔 봤던 터라 아기들도 합세해서 애만 다섯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긴 했다. 샬럿 엄마랑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나눴다. ㅋㅋ 그래도 딸내미랑 샬럿이 엄청 행복해했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둘째도 즐거워했고, 나도 샬럿 엄마 얼굴을 한번 더 봐서 좋았다.


나중엔 둘이 화장실에서 문닫고 바닥에 바디타올을 깔고 누워 놀더라 ㅋㅋ 뭘 하는건지


집에 와서는 딸내미가 받은 편지들을 봤다. 선생님이 학교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딸내미에게 주는 그림 편지를 쓰도록 하고 그걸 책으로 엮어줬다. 그림을 그리고 “I like you because”의 뒤를 채우는 양식이었는데, 넘어진 친구를 딸내미가 일으켜주는 그림을 그리고 ‘잘 도와줘서 좋아한다’라고 쓴 편지가 여럿 있었다. 베낀 걸 수도 있지만 ㅎㅎ Pre-K에서도 선생님이 딸내미가 다른 아이들 스낵 봉지를 까주는 등 도움을 많이 준다고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딸내미가 그렇게 해서 잘 지내준 덕에 나도 마음 편하게 학위를 할 수 있었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준 덕에 나도 그 엄마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정말 뉴욕 생활하며 딸내미 덕을 많이 봤다. 참 고맙다. 딸내미, 우리 한국 가서도 잘해보자. 같이 힘내자! (딸내미는 괜찮고 나만 힘내면 될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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