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잠깐 통화 괜찮으실까요?

by SOME


네 어머니.

유치원 원장입니다.


네~ 별 건 아니고. 저희 다음 주에 아이들 졸업사진 촬영을 하거든요. 네. 아이들 단체사진 하나 찍고, 개인 사진은 일주일 뒤에 또 찍을 거예요. 네, 네.. 학사모 쓰고요. 다음 주 수요일 단체사진 찍을 때 원복 입혀서 보내주시구요. 아홉 시 반에 찍을 거라서 시간 맞춰서 보내주시라구요. 공문 보냈는데, 말씀드릴 것도 있고 해서 전화드렸어요. 혹시 지금 조금 길게 통화 괜찮으실까요...?


최근에 오가 아주 대성통곡하고 울었던 일이 있었거든요. 집에서 얘기하던가요? 아 네~ 얘기는 안 했구나~ 네, 네. 별 일은 아니고요. 그때가...

만들기 시간이었어요. 어머님도 아시겠지만 승오가 손재주가 좋아서 항상 제일 빨리 완성하거든요. 그날도 다른 아이들은 헤매고 있는데 승오 혼자 완성을 해 가더라구요. 다른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승오에게 다가갔어요.


종이를 오려서 입체로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마무리에서 약간 헤매고 있더라구요. 아이들은 아무래도 손이 작고 하니까..

그래서 제가 투명 테이프 있죠? 그걸로 탁, 탁 붙인 다음, 다른 아이들 보라고 들어 올렸어요. 자 여러분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하는데 갑자기,

승오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고 불고 난리가 난 거예요.

네. 갑자기요. 그렇게 울기 시작해서 달랠 수 없을 정도로 서럽게 울었어요 저는 그동안 오가 떼쓰거나 화를 내는 모습 자체도 본 적 없었고요. 그렇게 심하게 화내며 우는 모습은 정말 처음 봤거든요. 너무 놀랐죠. 얼굴이 새빨개져서 완성한 작품을 팽개치듯 집어던지고도 진정을 못했어요.


네네~ 저도 이유가 궁금하더라구요. 나중에 오가 좀 차분해지고 나서 이유를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그 입체 작품 만들기를 할 때, 테이프를 절대 쓰지 않고 풀만 붙여서 깔끔하게 만드는 게 자기 목표였대요.

그런데, 선생님이 거기 테이프를 붙여버려서... 네, 네.


투명테이프가 반짝반짝 빛나잖아요. 네. 그게 너무 싫었대요~ 승오는 싫었던 거죠~


그날...오가 너무 화가 많이 나서.. 네. 정말 달래지지가 않았어요~

그 입체 만들기 재료를 새 걸로 찾아서 주니까 그제야 차분해진 거예요. 네, 네~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어요.

그러면서 승오가 하는 말이..


선생님, 앞으로 도와줄까? 물어보고 나서 도와주세요. 상대방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왜 마음대로 도와줘요?


네, 승오가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아이고~ 아니에요 어머님. 제가 잘못한 거죠. 저도 승오 얘기 듣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럼요~ 승오가 자기 할 일 잘하고, 손끝도 어찌나 야무진지, 착착 잘하는 아인데... 저도 반성을 하고 승오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그러니까 사과를 받아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별 일 아닌데... 승오가 예민하지만 생각도 깊고... 자기만의 어떤 바운더리?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네 어머니~ 그래서 제가 알려드리고 싶어서...

사진 찍는 거 일정도 알려드리고 싶고.

그래서 전화 한번 드려봤어요 어머니


네, 네. 그럼요.


네 어머니 요새 쌀쌀한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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