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라고 읽고, 축하라고 부르기.

엄마에게 선물한 올해 첫 봄꽃.

by Sunyeon 선연

꽃을 멀리한 지 얼마나 되었나, 떠올려보면 조금 아득한 느낌이 든다. 고양이 시안이를 내 삶 안으로 들이고 난 이후에는 피어나는 꽃은 가지에서 돋아나는 것들, 단단히 나무에서 시작되어 피어나는 것들을 가만히 보는 것으로만 만족하며 계절을 났다. 핸드타이 부케를 2주에 한 번에 받아보며 꽃의 이름을 가만히 읊어보던 어느 계절들이 떠오르면 '아 그땐 좋았었지' 아득해졌다.


'시드는 순간까지 의미'


꽃다발 선물은 비싸고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하던 나에게도, 꽃이 그 자체로 의미였던 순간들이 있었다. 몽우리진 상태에서 필 때까지를 기다리는 순간들이 짐짓 기대되었던 시간들이 그러했다. 책 보다 조금 큰 박스에 작은 사이즈의 꽃다발이 담겨 배송이 오는 서비스를 4-5년 정도 기다렸던 나날들을 살았던 적이 있었기에.

처음엔 꽃을 다룰 줄도 몰라 허둥댔지만, 익숙해지니 자연스레 그 친구들을 대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택배가 도착하면 플라워폼에 꽂힌 핸드타이 부케를 전부 해체하고, 뿌리를 폼에서 뺐다. 신선한 물에 뿌리를 여러 번 씻고, 원예가위로 줄기를 사선으로 잘랐다. 사선으로 잘라야 꽃을 오래 볼 수 있다고 했다. 시원한 물을 적당히 채운 유리병에 가지런히 다발을 꽂았다. 아직 피지 않은 것들의 이름을 동봉된 카드에서 확인하고는 의식처럼 '꽃말'을 찾곤 했다. 모르던 꽃의 이름을 알고 나서는 그 꽃의 꽃말을 알게 되는, 하나의 세계가 열렸다. 기다려지는 순간들을 지나치고 나면 비로소 만개한 한 뭉텅이의 향기를 채우는 공간 하나를 맞닥뜨렸다. 한때엔 하나의 의식 같은 일이었고, 어쩌면 내게는 계절처럼 지나가버린 일과 같았다.


오늘 아침엔,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한 꽃을 샀다. 실로 오랜만에 해 보는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 올해 첫 봄꽃을 여기에서 만나는구나, 싶어서 엷게 웃었다. 프리지아는 봄 꽃이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내게는 늘 봄 꽃처럼 느껴지는 녀석이라 그 친구를 골랐다. 엄마가 보라색을 좋아하셔서 보라색 프리지아를 다섯 단 골라, 미색 종이에 가볍게 싸고 준비한 선물과 함께 기다리던 버스에 올랐다.


따뜻한 햇살이 창을 통해 왼쪽 팔 끝에 닿고 있었다. 아직 다 피지 않은 몽우리들이 잔뜩 달려 있는, 보라색 프리지아를 보며 그 아이들의 피어날 순간들이 새삼스레 궁금해졌다. 프리지아라 읽고, '축하'라고 부르게 될 작은 꽃다발 하나를 소담스레 들고 엄마에게로 향하는 오후, 마음에 잠시 기분 좋은 봄바람이 스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