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오른쪽에 두 자리 확인. 책방 뒤편에 공간 없으면 돌아오기로 하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꽉 찼다. 이마가 따꼼하다. 땀구멍이 열린다. 차 돌릴 공간도 없어 삐뚤빼뚤 후진으로 빠져나왔다. 핸들 쥔 손이 꼽꼽하다. 앞뒤로 몇 번이나 왕복하고서야 책방 앞길 건너 좁은 골목에 주차했다.
뒷골목에는 폐가가 있다. 시멘트가 벗겨지고 구멍 난 흙담 앞에 두 평 뙈기 노지에 동네 노인이 몇 가지 식물을 키우는데 무심히 보아 넘겼다. 차를 빼며 백미러에 비친 식물 중에서 요즘 브런치에 자주 보이는 봄동을 본 것 같았다. 백팩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털레털레 노지로 갔다. 내가 아는 모양과 달랐다. ai가 봄동 한가운데 길게 솟아난 게 꽃대라며 개나리 같은 노란 봄동꽃 사진을 보여준다.
가까이 가 무릎을 땅에 대고 꽃망울 사진을 찍었다. 납작하게 땅바닥에 붙어있는 봄동을 이만큼 가까이서 보는 것도 봄동 꽃대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데이지는 벌써 꽃잎을 힘차게 폈는데, 봄동 이파리는 장대 같은 꽃대를 세우느라 온 힘을 쏟고 있다. 봄동이 뚫고 지나온 겨울을 생각했다.
전화가 울렸다.
단체석 예약자의 활기 띤 목소리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가도 되냔다.
시계를 흘깃 보고 책방 쪽 골목으로 재게 몇 걸음 옮기다 멈췄다.
꽃망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덧.
26일에 글을 발행했다.
29일 오늘,
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