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예쁜 거짓말을 하네,

속고 싶은 봄, 네가 하는 거짓말.

by Sunyeon 선연

변덕스러운 봄,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요 며칠 기운을 보면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하네. 싶을 때가 있다. 보통 짓궂은 것이 아니다. 그제는 날이 너무 더워 겉옷을 챙기지 않고 출근했다가 급작스레 손목 위로 오도도 돋아버린 닭살을 마주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지구온난화,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구에게 미안한 일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미 빙하는 녹고 있으니까. 뚜렷한 사계절이 특징이던 한국의 사계절이 맹숭맹숭해진 것도 어쩌면 피해 갈 수 없는 수순이었을 것이다. 따뜻한 날씨보다 미세먼지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봄을, 우리는 맞이하고 있다.


3월 말이 되면서, 급작스레 온도가 올랐다. 덩달아 실내 온도가 올랐고 순간적으로 완연한 봄이 왔구나, 착각했다. 그렇지만 그건 ‘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였다. 온 줄 알았지? 하고 짓궂은 표정으로 어쩌면 우리를 놀리고 있는 거였다. 큰 일교차 탓에 주변에 감기 환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고 나 또한 호기롭게 환자 후보에 입후보했다. 코에 들어찬 미세먼지들이 악다구니를 써대고 있었다. 알싸한 통증 끝엔 화려한 잔기침이 따라붙었다. 너무 마음을 놓은 탓이구나, 봄이 왔다고 너무 믿고 있었다.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줄도 모르고.


4월이 왔다. 팝콘처럼 움트는 벚꽃을 보며 나는 가만히 겉옷의 소매를 내렸다. 어둠이 몰고 온 섧은 바람이 불어서였다. 이것도 봄바람이라고 불러야 하나. 선 자리에서 잠시 웃었다. 창문을 넘어오던 볕은 완벽한 봄이었는데. 그 다정한 표정에 속아 두툼한 외투를 장롱 깊숙이 넣어야지, 하고 결심했는데. 모퉁이를 돌자 마주쳐버린 바람은 여전히 날카로운 겨울의 숨 일부를 숨기고 있었다. 어쩌면 봄은 작정하고 우리를 미세먼지의 한복판으로 불러낸 뒤, 차가운 농담을 던지고 달아나 버리는 개구쟁이 같다.


이제 봄의 거짓말이 진심이 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 볼 참이다. 주말이 되면 집 앞 벚꽃나무는 보란 듯 만개할 것이고, 거짓말처럼 봄은 없었던 것처럼 고개를 감추겠지.

짧아서 아쉽고 아쉬워서 더 애틋한 올해 봄의 거짓말을, 애써서 모른 척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