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아직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툴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자기 뜻을 더 드러낼수록, 더 자주 부딪힌다.
아들 찬이가 바닥에 누워 통곡했다.
딸아이는 배고프다며 집에 가자고 보챘고,
찬이는 끊임없이 더 놀겠다고 소리쳤다.
그 순간, 나는 이미 화를 내고 있었다.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화가 불타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이들에게 소리치거나,
단호하고 차가운 말로 선을 긋는다.
그 이후에야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붙들고 산책을 나선다.
억지로 말을 아끼며,
다시 아이들 앞에 설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화가 난 그날도 한참을 걷다가
동네 도서관 목련나무 앞에 멈춰 섰다.
봉오리를 막 벗어나
풍성하게 피어 있었다.
문득, 예전 동네의 목련 길이 떠올랐다.
온 동네가 흰색으로 물들던 축제 같던 그 길.
그때도 이렇게 한참을 서서 바라보곤 했다.
봄은 이미 찾아와
목련이 화려하게 피어난 오늘인데,
나는 아직도
차가운 겨울을 혼자 보내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보니
내가 왜 화가 났는지조차 흐려졌다.
돌아보면,
화는 내 곁을 사라진 적이 없다.
다만 그때마다
다른 얼굴로 나를 찾아왔을 뿐이다.
그래도 꽃은 폈다.
우리에게 피어나는 화가
불타는 화(火)가 아니라
봄에 피어나는 꽃(花)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