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피집과 길냥이
길냥이와 이웃이 된다는 것
by Some Bassil Feb 15. 2024
수년 전 카페를 이전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바라며 셀프인테리어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면 허리가 욱신거렸다. 이번엔 엔틱 샹들리에도 달아야지 싶어서 해외배송으로 구매했던 샹들리에를 조립한다고 유리알 하나하나를 끼워 넣느라 눈은 빠질 뻔했다. 혼자 천정까지 들어 올려 달아 보려니 무게가 거의 네 살 난 우리 막둥이만큼은 육중했었다. 그걸 한 손으로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정에 매달긴 했는데 하늘이 노랗고 허리는 시큰거렸다. 셀프인테리어 한다고 셀프디스크를 얻을 뻔했다.
그날 이게 무슨 개고생인가 싶어 앉아 땀을 닦는데 비를 쫄딱 맞은 행색이 나만큼이나 꾀죄죄한 검은 길냥이가 지나가다가 한참이나 내게 눈을 맞추는 것이 뭔가 할 말이 있지 싶었다. 아마도 '넌 어디서 굴러먹다 온 인간이냐?' 이런 느낌이었다. 아무튼 그 꾀죄죄한 길냥이 신세가 꼭 나 같아서 눈에 들었는데 나중에 직원이랑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게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그 녀석은 이 동네의 왕중왕이었다. 어느 날부터 한 녀석 한 녀석 패밀리를 데려왔다. 알아서 먹여 달라는 눈치였다. 우린 한순간에 길냥이 집사가 된 셈이다. 그간 많은 길냥이가 다녀갔다 제법 사람 손도 마다하지 않는 녀석도 있었지만 길냥이는 길냥이라 자라면서 영역을 넓히더니 인적이 없을 때 조용히 다녀간다.
작년 겨울부터 그간의 녀석들과는 결이 다른 새끼 한 마리가 왔다. 새끼가 너무 어릴 때 어미가 독립시킨 것인데 카페 현관 앞에 앉아 하루종일 우는 거였다. 울 때마다 직원이랑 맛난 걸 챙겨주고 놀아줬다. 커피를 볶다가도 눈을 맞추고 시간이 나면 놀아줬다. 그래도 길냥이라서 손님들을 보면 엄청나게 경계를 했는데 밥 챙겨주는 사람은 잘 알아보고 경계를 풀었다. 머리도 만지게 해 주고 등도 쓰다듬게 허락을 했다. 그렇게 제법 시간이 흐르고 밥을 안 먹을 때도 만져주고 쓰다듬어 주고 긁어주면 그렇게 좋아라 했다. 안아 올려도 얌전했다. 지금은 문을 열어두면 카페 안으로 들어와 제 맘대로 꼬리를 꼿꼿이 세우고 돌아다니며 손님들과도 눈을 맞춘다.
수년만에 드디어 카페고양이가 탄생하는 건가? 집에 갈 때마다 두고 가기 짠 했는데 곧 뭔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래오래 커피집과 함께하는 고양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