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ome Bassil Feb 21. 2024
현대인들에게 커피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흔한 루틴이다. 밤새 처져 있던 몸뚱이에 카페인과 항산화 물질인 클로로겐산을 비롯해 살과 뼈와 온갖 장기를 돌아다니는 염증을 물리치는 소염 성분까지 커피 한잔의 수혈로 빠르게 깨워낸다. 여기에 더 해 천상의 향기는 마음 속 상처와 스트레스를 저감시켜 다시 일터에 설 수 있는 기운을 공급한다. 이 커피루틴을 통해 컨디션을 회복하면 일상의 루틴에 흥겹게 열차가 궤도를 구르듯 몸과 마음을 얹어 달릴 수 있게 된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일상도 크기 다르지 않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들어 팔기는 하지만 너무 바쁜 나머지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 하루가 썩 바람직하게 흘러가지 않고는 한다. 뭔가 기대하는 하루의 리듬이 있는데 텐션 올려 그 리듬을 타고 가면 그리 고되지 않고 재미난 하루가 될 수 있지만 커피 한잔을 내려 마시는 것조차 귀찮은 것이 되어버리면 손님께 내려드릴 커피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문제가 된다. 매사가 귀찮고 싫증이 나며 쉽게 지친다.
그래서 커피는 본래 수행의 음료였다. 고대근동 이슬람교의 무슬림 구도자들은 에티오피아 하라 지역과 예멘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된 커피를 애정했다. 그들은 수행에 몰입하기 전 커피를 끓여 마시고 몸과 마음을 정돈하고 맑은 정신으로 수행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일은 곧 수행이고 수행이 곧 일이었던 것처럼 우리들 각자의 일도 같은 맥락이 있다. 직업을 천직이라고 하지 않던가? 물론 n잡러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n잡러는 n잡의 천직을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은 아마 하늘로부터 받는 직업이 천 개도 될 수 있는 워커홀릭형 인재들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직업이 하나인 소박한 우리들보다 커피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아무튼 천직에 천착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구도자가 수행을 하는 것처럼 일만시간의 법칙을 깨우치고 생활의 달인이 되고자 일에 몰입하고 집중하려 한다. 기왕 시작한거 끝장을 보려는 결기를 불태우며 비상한 연금술사에게 넘겨받은 묘약을 마시듯 하나의 의식처럼 커피를 마신다. 거울을 보며 '그래 넌 할 수 있어!' '오늘도 해보는 거야'라는 마인드셋 슬로건을 읇조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