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피, 세계를 정복하다.
커피의 헤게모니
by Some Bassil Feb 24. 2024
에티오피아 또는 예멘에서 시작되었다는 커피는 맨 먼저 이슬람의 문화가 되었고, 종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띄었다. 커피의 모든 전설에는 이슬람의 언어가 있고 갈수록 매우 신화적인 경향성을 띤다.
이런 문화가 팍스로마나 권력의 큰 틀인 로마 가톨릭에게는 매우 거슬리는 요소였는지 로마 제 2 도시인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통해 유입되는 과거 튀르키예 즉 이슬람 문화의 커피를 배척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로 유입되는 요소들에 호감을 갖게 되는 과정에서 이슬람교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예측이 식자층인 사제들로부터 문제로 제기된 듯 싶었다
"교황 성하
커피를 악마의 음료로 정죄해 주소서"
아마 이런 문제의식 속에 사제들은 '커피를 마시는 건 죄다.' '커피를 마시면 지옥 간다' 등등 공포심을 일으킬만한 다양한 종교성 코드를 동원했겠지만 시원한 결과를 보지는 못했는지 결국은 로마가톡릭의 최고 권력자이자 신의 대리인이고, 예수의 수제자 사도 시몬페드로의 계보를 잇는 교황에게 커피에 대한 종교적, 법적 구속력을 갖는 정죄를 요청한 것이었다.
"교황 성하 문화란 본래 무서운 것 아니겠습니까?
호감을 갖는 모든 것들은 결국 우리의 삶과 신앙을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하오니 부디 이슬람교의 검은 망령과도 같은 저 커피라는 음료를 악마의 음료로 정죄해 주시고 전 유럽에게 음용금지를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미식가에게 있어서 이 땅의 모든 먹거리에는 죄가 없다. 당대의 교황인 클레멘트 8세의 고민이 깊었다. 교황으로서 이 문제가 고민이 될 하등의 이유가 없겠지만 아마도 그는 알아주는 미식가였슴이 분명하다.
"여봐라
그 악마의 음료라 불리는 커피를 한잔 내와 보거라
내 일단 한 모금 마셔보고
정죄를 하든, 안 하든 판결을 하리라"
와~ 이건 참으로 미식가 계의 솔로몬 다운 착상 아니던가? 사제들은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 악마의 음료가 되기만 하면 소원이 없었을 사제들 중에 커피를 내려본 사람이 있었을 리 만무했을 테니 서둘러 바리스타를 수배했을 것이다. 여기 참 멋진 역사의 뒤안길이 펼쳐진다. 수배된 바리스타가 아는 건 사제를 따라가서 커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따라가 보니 교황청인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볼 수도 있다. 악마의 음료를 만들어야 하니까 최대한 대충 맛없게 만들게 해서 사제가 따로 교황청에 챙겨가서 교황에게 먹여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가설인데 이건 동의하기 어렵다. 미식가에게? 미식가 교황 클레멘트 8세는 바리스타를 불러오게 해서 그가 보는 앞에서 커피를 만들게 했을 것이다. 찐 미식가라면 커피를 만드는 모든 과정 그 퍼포먼스까지가 커피의 맛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 자리에 선 바리스타라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커피를 만들었을까? 그의 생에 최고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다해서 커피를 내렸을 것이다.
"오~
참으로
맛 중의 맛,
향 중의 향이로다
쓴 듯 달고,
신듯 상큼하며,
온갖 과일을 농축시킨 깊은 맛 전체에 고소함 또한 가득 담겨 있구나!
그 향은 천상의 아름다움처럼 이 땅의 모든 시름들을 내려놓게 만드는구나!
커피는 과연 하나님의 창조사역 중 미식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다는 증거로 남겨주신 것이 아니겠느냐?"
이런 센서리를 난생처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다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미식가 클레멘트 8세는 커피의 참 맛을 충분히 느껴서인지 판결의 고민이 깊었던 것이다. 그는 훌륭한 미식가이자 판관이었고 신학자였다. 그러한 관점으로 죄 없는 커피를 인류 보편의 식음료가 되도록 책임을 가지고 명판결을 내렸다.
'커피, 신분이 바뀌다'
"사제들이여 그대들의 의견이 옳소!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이슬람의 문화와 종교에 우리 기독교인들이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소!
허나 세상의 모든 음식은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창조되었고 사람을 위해 섭취가 허락되었소!
하여 나는 오늘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커피에게 세례를 주어 사람들이 잊었던 본래 커피의 신분으로 회복시켜 주려 하오!
이제 커피는 무슬림의 커피를 넘어 세상을 창조하신 만군의 주요 자비하신 하나님의 권속들에게 허락된 크나큰 선물이 될 것이요!"
"창조주 하나님의 피조물 커피여! 내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네게 세례를 주노라."
이렇게 사람 외에 식음료가 세례를 받고 개종하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일어났다.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천재였던 것이다. 팍스로마나의 패권에 커피를 편입시키는 이 판결로 전 유럽에 커피는 정복자의 말발굽처럼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계층을 초월해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기독교의 선물이 되었다.
*본 글은 역사적 사실을 작가의 관점에서 각색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