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ome Bassil Feb 28. 2024
길냥이 아깽이 이름을 'SOME'이라고 지었다. 조금씩 친해져 보자는 마음으로 직원들과 정성을 들여오는 동안 제법 길이 들었고 길냥이 0.1% 확률이라는 개냥이가 되었다. 썸이 유년 시절은 우리가 잘 챙겨주기도 했지만 아깽이다 보니 어른냥이들이 그다지 위협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어서 그런지 위협요소가 거의 없이 순탄하게 자랐다.
문제는 지난주부터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자리를 잡았던 어른냥이들이 썸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썸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는지 한번 그런 일을 겪고 나서는 하루종일 몸을 피해 나타나지 않다가 저녁이 돼서야 오고는 했다. 카페테라스에 두고 퇴근하는 것이 참 미안하고 짠했다. 자동차까지 졸졸 따라오다가 못 본 사이 내가 차에 타면 어디로 갔나 두리번두리번하는 모습에 뭔가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둘째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사고는 늘 생각보다 빠르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이 구역의 제왕인 흑임자가 아직 한참 아기냥이일 뿐인 우리 썸냥이에게 2세를 만들어 볼 요량으로 고양잇과 남자냥의 우악스럽고 폭력적인 관계를 강제로 만들기 직전에 우리 직원에게 딱 걸렸고 온 동네 레이싱이 벌어졌다. 쫓고 쫓기는 숨막기히는 레이싱에 한겨울 눈을 치우던 빗자루까지 준비하고 혼줄을 내주러 갔더니 은근슬쩍 꼬리를 내렸지만 우리 썸냥은 슈퍼헤비급 제왕냥의 발톱과 폭력에 무지개다리 근처까지 갈 뻔했던 두려움 때문에 또 종일 보이지 않고 우리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종일 커피를 만들며 눈이 빠져라고 현관 쪽을 바라보고 틈만 나면 테라스에 나가보고 동네를 배회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해지면 오겠지?'
'꼭 와야 할 텐데.....'
와우~
직원들이 다 퇴근하고 퇴근 한 시간 전 썸이가 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일을 제쳐두고 나가 쓰다쓰담 해주며 말을 걸었다.
'어디 가서 있었니'
'얼마나 아팠니'
'얼마나 무서웠어'
'배고프지'
직원 퇴근 전 만반의 준비를 해뒀다. 카페 내부는 냥이 혼자 있을 수 없으니 화장실에 밥그릇, 물그릇, 냥이화장실, 캣타워를 갖다 두고 썸이를 거기서 자게 하자. 좋은 생각이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썸이 만 들어가면 되는데 한껏 놀라고 예민해져서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화장실까지 안고 잘 갔는데 도어체크 잠기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책장 아래로 숨어들었다. 아~ 내 불찰인 것이다. 도어체크가 잠기지 않도록 슬리퍼를 문틈에 끼워두고 욘석을 얼르고 달래서 다시 화장실 앞까지 데려갔다. 이번엔 관심을 보이더니 안에 밥그릇을 봤다. 배고팠는지 쏘옥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살며시 문을 닫았다. 무서워서 많이 울 줄 알았는데 몇 번 야옹야옹하더니 금세 조용해졌다. 마음에 들었나 보다. 밥 먹고 편히 자라고 조명도 껐다.
'썸아! 오늘은 숙면을 취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