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5일
여백같은 일기장에 쓴 글은
읽지 않은 자의 몫인가
읽은 자의 눈물인가
글자 하나의 꺽임쇄와
글자 하나의 둥그럼과
글자 하나의 까칠함과
글자 하나의 사이와
글의 모양새는 이러하오
아는 아이고
허는 허이고
이는 이인데
아 어찌하여 나는 이인가
내이름자를 쓸때면 늘 그림을 그리듯 한다
경희라는 글자는 나를 표현하는 모양새인데
경자는 서울이고
희자는 계집이라
오얏리는 빈 페이지의 여백이로다
서울에 없는 아산의 모양새로다
아이가 사는 이 과수원에는
여물다 만 과수만이 가득한데
어찌하여 오는 이는 빈손이오
손에 손에 손에 든 묵직한 바구니는
정처없는 바람의 쉴곳
아 는 아이고
허는 허이고
이는 이로다
아는 아대로
허기짐은 허기짐대로
이는 이대로 있고 싶은 게으름
이름의 새로움은 날이 갈수록 빛이 나는데
나의 과수는 여물지 못한 모양새
나쁜 즘생아 오지 마라
오얏밭에 오지마라
이는 이로되 이롭지 못하구나
조금더 바람이 불면 익을 것을
헛되이 이끈 농부의 몫인가
햇살이 가득하여 여물다 하여도
오얏은 오얏일세
서울이 좋다하여 내 이름자도 서울인데
계집이라 하여 내 팔자도 계집이로다
이로다 이로세
이로서 나는 이로세
애달픈 나는 어디간데 없고
이름새만 남으니 모양새로다
역사는 늘 지금인데
마음은 저 멀리라
동동대는 이는 이로되 이가 아니라
담담한 이는 이로써 이라
되도않는 계집말고 사내나 되어볼까하여
하였으나 그러지 아니되어 계집이로다
내가 여자로서 할 수 있다 이르되 내 상대가 듣더니
아는 아로되
허는 허로되
이는 이로다
이로써 나는 계집이자 서울을 품은
아이가 사는 아산이로되
품 속의 아이가 채비를 한다
돌아가는 길은 ㅇ이로되
길죽한 모양새와 닮아
이로서 이가 된다
돌고 돌아 너로되
앞으로는 가지 않는 ㄱ이로다
ㅎ이란 어떤것인가
허 한번 웃어보자
얼굴이 맑은 아이야
같이 가자꾸나
내 이름자가 서울이로되 서울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저러나
과수가 익지않아 농부의 마음은 까마득하다
먹먹한 가슴은 가을이다
가을에 이르러 알알이 여무니
여문 모양새가 오얏이로다
앞으로의 일이 문제인데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고
앞으로의 일을 삼아본다
뒤의 일을 걱정하고
뒤의 일을 안위삼고
맞잡은 손은 오갈데 없는
네 이름은 이경희로다
이롭다 쓰일데 없는 한낱 계집이나
청운의 품을 닮은 햇살이 비치네
아름드리 나무가 큰 과수를 맺는 것은
자연의 일
까마득한 냄새의 날숨은
하염없이 품은 들숨의 일
허 한번 웃어보자
희 한번 웃어보자
경희야 넌 어디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니
이것도 가져가고 저것도 가져라가
웃자라지 않게 가지도 쳐주고
곱게 자라 바라건대
높이 가지 말고 옆가지 치지 말고
부디 부디 많은 그늘을 드리워라
그늘이 많으면 운다하여 싫소
나는 그 길을 가지 않을라요
많이 돌아가는 ㅇ자를 나는 3개나 가졌는데
돌고 돌아 나는 이경희로다
앞으로의 길은 험난한 오르막길
비탈길에 서서 하염없이 운다
나 혼자가기 싫어 떼쓰다가
모두 간다하여 가는데
울지도 웃지도 못한다
아 내는 이름자가 둥글다
할아비가 떡 하니 지어온
이 이름은 왕이 될 상이 아니라
대갓집에 들어갈 상인가
아니다 하여 상주 노릇을 할뻔 하였구나
나는 왜 이런 ㅇ자를 가졌는고
앞이 컴컴 하여 지붕을 씌우고
갓을 쓰니 ㄱ이로되
하염없이 기다리는 ㅇ과 옆에 있는 참나무 기둥은
나의 친구일세
보여주지 못한 나의 이 높은 기상과
둥그런 마음은
옆으로도 위로도 자라지 못하네
제 이름자를 글로 풀어 그림그리듯 써보았습니다.
부끄러운 글이지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짓기 #나의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