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지는 저녁놀

조용히 맞이하는 아침

by 원조글맛집 이경희

사람은 원래 하나 둘 멀어지게 되어있다. 죽음이 그것이다. 죽음이란 사회적인 죽음과도 맞물린다. 나이가 들었는데 부인이 없다는 것, 남편이 없다는 것. 이 상실감을 젊은이들은 모른다. 먼저 돌아가신 부모님과 남겨진 자식들을 건사할 양이면, 그들의 몸은 아프고 병들어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고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다. 이 사람들은 그저 남은 사람일 뿐인데 질타를 받는다. 나는 이렇게 살기가 싫었다. 너무 초라하고 너무 볼품이 없어서 울면서 나는 당신처럼은 안 산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잘못이었다. 이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정점에 선 사람이 아니라 힘들다고 말 조차 못하는 제일 아픈 사람들이었다.


나에게는 조부님이 계시다. 내가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께 나는 철없이 “할아버지 친구들 어디계세요?“ 라고 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다 죽고 없다.“고 하셨다. 그 말에 통탄을 하는 시점이 이제는 나에게 온 것이다. 나와 같은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숨죽여 앓고 있다. 나는 개죽음을 잊지 못해 한이 맺혀있다. 누구든 멱살을 잡고 내 사람 돌려내라고 상대방 가슴을 퍽퍽 치며 울고 싶다. 나는 왜 잊지 못하는가? 그날의 향기 그날의 습도 그날의 날씨 그날의 기억이 내 가슴을 내리 훌친다.


남의 작은 잘못은 내 가르침 받되 덮어두라 하셨다. 바늘처럼 돋아있는 거스러미들은 내 기꺼이 손을 다치더라도 꺾어내 다른사람들이 편히 갈 수 있도록 하라고 그렇게 배웠다. 나는 대가 곧은 편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갈대처럼 살라는 아버지 말씀에도 나는 그러지 못해 뚝뚝 뿌러져 나갔다. 나이가 들고나서야 한 김이 식는다. 내가 이를 뽑혔구나를 느낀다. 그래 원망할 이는 모두 죽고 없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원조글맛집 이경희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이경희의 브런치입니다. 저의 의식의 흐름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파트별로 된 글보다, 순서대로 읽길 권장드립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 봅시다. 또 봅시다-!

14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4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오늘이 제일 젊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