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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더 울어야 할까

하루종일 유튜브에 나오는 음식 영상을 봤다. 해야할 일이 산더미인데, 집안일도 밀렸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웠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한 사람들을 보니 볼수록 즐거웠다. 양식, 커피, 제빵, 제과 자격증이 있어서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먹는 것도 좋아해서 보는 내내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마음이 흡족할 정도로 보고 나서야 나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냥 지금의 나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늘 미흡하지만 있는 공간에서는 최선을 다 해왔다.


시험일정이 나왔다. 실습은 26년 6월-7월 사이에 끝이나지만 길게보면 2월 필기시험에 합격을 해야만 한다. 가능하다. 타이트하긴 하지만, 달려본다.


하는 일을 계속 해야할 지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내가 가 버리면 뒤에 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프로그램 수정 및 보완 사항을 마무리를 지을 수 없다.미흡한 부분들을 계속 손을 대다보니 짧은 시간이지만 정이 들기도 했다. 못한다고 딱 끊어내기가 어려울거같다. 인간적이었던 회사라 먼저 사정을 말씀드려야 할 거 같다. 내일 출근준비도 얼추 마쳐 놓았다. 옷가지를 챙기고 나니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속만 속이겠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 입장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이제 가야지. 이제는 떠나야지.


갈 시간이 가까워 오니까 홀가분함 보다 눈물이 앞선다. 합격을 하든 안하든 내가 설계한 대로 인생이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게 즐겁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서운 기분이 들기도 하다. 호랑이 등에 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엿차 하면 떨어질거 같아 하루를 부여잡는다.


같이 가기로 한 길이라서, 한 사람이라도 잔소리 글로 더 챙기게 된다. 나 없으면 어쩌려고 그래. 갈 길이 구만리인데, 나는 그 끝에서 또 울거같다. 나를 거쳐간 이들이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잘됐으면 한다. 그래야 걱정을 덜하지.


얼마전엔가 꿈을 꾸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마음을 풀어주어도 그 사람이 죽거나, 누군가를 죽이는 꿈을 꾸었다. 신경이 예민해져있나보다. 가까운 사람들을 조금은 더 품게 된다. 업을 바꾸는 거라서 초행길이라 겁이 나기도 했는가보다. 벌써 그 끝을 생각해본다.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세치혀로 사람의 인생을 이끄는 일인데 반해 나는 내 인생조차 제대로 경영해 본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싶어서 더 많은 글과 더 많은 지식을 탐해본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나는 누군가에게 진심을 알아달라기보다, 늘 한결같이 당신을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는 말보다, 같이 가자는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나도 그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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