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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 Nov 06. 2019

언제 한번 밥 먹자

난 평일 저녁이 편한데 넌?

"이야 너 이신 아니냐?"

"어어...?"

"나야 나 준서. 대학 졸업하고 처음 보는 거 같다~"

"오~ 준서 오랜만이네~~^^ 못 알아봤다~~"

"내가 좀 변했지. 요샌 잘 지내고~?"

"나야 머 늘 같지~ 넌?"

"나도 머 비슷하지. 전화번호는 그대로 가?"

"응 난 안 바꿨어~~^^ 넌?"

"나도 같아. 그래 언제 한번 밥 먹자"

"그래 난 이번 주는 힘든데, 다음 주는 수요일 저녁과 목요일 저녁에 시간이 되"

"......?"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형식적으로 한 말인데 이렇게 나오면 당황스러운데. 나도 '밥 한번 먹자'의 한국적 의미를 안다. 이건 '우연히 다음에 또 보자'와 같은 뜻이다. '딱히 너와 같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인연이 되면 또 보자' 정도의 형식적 인사다. 이런 말에 진지하게 대답하면 상대방도 곤란해한다. 그러나 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적극적으로 만나려고 한다. 관계에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마케팅하면서 상당히 많은 사람을 만났다. 개인적인 공부를 하면서 만난 사람과, 석사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하면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만 천개가 넘어간다. (매년 1월 2일에 전화번호를 펴 보고 다시는 안 만날 것 같은 사람들의 번호를 지운다. 그래도 아직 많다) 아주 느슨한 관계인 카톡에 추가된 사람은 더 많다. SNS에 연결된 사람까지 더하면 시의원에 출마해도 될 정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주도적으로 만남에 참여하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모임과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 사람은 나와 뜻이 맞거나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다. 이들과의 관계는 계속 관리를 해야 한다. 관리란 가끔 안부를 묻고, 모임에 참석하고, 의견이나 조언을 구할 때 답하는 정도다. 이렇게 관리를 해도 워낙 양이 많아 느슨한 관계로 남아있다. 느슨한 관계를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적극적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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