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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상권에서 내 매장만 안 되는 2가지 이유

by 이신

안녕하세요 이신 입니다.


여러분은 맛집에서 얼마만큼 기다려 보셨나요? 저는 가장 최근에 오래 기다려 본 것은 성수동의 블루보틀에서 4시간을 기다린 것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람들이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 것을 보면, 블루보틀의 영향력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비단 블루보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명한 상권의 잘 나가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려면 대기는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료 소진으로 식사 자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 정도는 나도 하는데, 여기 근처에 가게나 오픈할까?'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매장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시키고 테이블은 몇 개가 있으며, 이 정도면 하루 매출이 얼마 정도 일 것이다. 상상하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은 절대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근처 상가 매물을 찾아보며 월세와 보증금, 권리금을 조사합니다. 매장 창업에 필요한 비용을 계산하고, 내가 며칠 동안 관찰하며 조사한 대박집의 매출을 대입합니다. 보수적으로 80%를 반영해 봅니다. 생각해 보니, 그 대박집은 특별하다는 느낌도 안 듭니다. 고기도 평범하고, 서비스도 평범합니다. 인테리어는 내가 만든 매장이 더 잘 되어 보입니다. 매출 반영을 80%에서 90%로 올려서 반영을 해 봅니다. 수익이 월 2천만 원 이상 나오고 투자비도 18개월 만에 회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이 먼저 하기 전에 빠르게 실행에 옮깁니다. 이제 돈 세다가 잠드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현업에서 일을 하면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손님들도 많이 오고, 대기도 있고, 재료가 소진되어 기다리시는 손님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합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손님이 줄어들고, 재료는 남아서 버리기도 하고, 직원들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합니다. 다른 매장은 어떤가 해서 돌아다녀 보면, 나 빼고 다른 곳은 다 잘 되는 것만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2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1. 평균의 함정

2. 맥락적 사고


최근 제가 조사하고 있는 지역을 예로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의 북창동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반경 1km의 갈비/돼지고기 전문점을 조사한 자료입니다. 자료는 NICE지니데이타(주)의 상권분석 시스템의 자료이며, 매출 자료는 카드사 매출을 기반으로 현금결제분을 반영한 자료입니다. 모든 자료의 기준은 2019년 5월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조사 범위에 갈비/삼겹살 업체의 수는 47개 매장으로 평균 매출은 9,804만 원입니다. 1억 원에서 196만 원이 빠지는 금액입니다. 상권 내 5월 총매출금액은 약 46억 원입니다. 반경 1km 내 고깃집 매출을 합한 금액이 46억 원이면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1년이면 약 600억 원의 규모라 여기서 2%만 점유를 해도 1년에 12억 한 달에 1억 원을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즉 평균을 차지하려면 전체 고객의 2%만 잡으면 됩니다.


여기서 첫 번째 빠지기 쉬운 오류가 나옵니다. 바로 평균의 함정.

상권 내 매출분포 @NICE지니데이타

상권 내 하위 20%의 매출은 1,450만 원입니다. 상위 20%의 매출은 21,664만 원입니다. 상위 20%의 매출이 하위 20%의 15배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개별적 통계 데이터를 가지고 계산한 분이 예상한 1억 원의 매출. 그리고 대박집 앞에서 매출을 추정하신 분의 예상 매출 1억 9천만 원. 하지만 현실은 2천만 원 미만의 매출 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매출을 1위서부터 47위까지 순위를 세운 다음 중간에 있는 매장의 매출을 보면 7,722만 원입니다. 평균으로 계산한 값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평균으로 계산을 하면 위험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평균이란 단지 나열된 숫자의 평균값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사결정을 이 평균에 의하여 진행이 됩니다. 예로서 지역별 평균 매출, 업종별 평균 매출로 사업의 활성화 혹은 침체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평균에 극단값이 있다면 평균값은 왜곡이 되고 필요 이상의 고평가 혹은 저평가를 받습니다. 위 자료에서 보면 지역의 임대료 값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수익이 없거나 마이너스인 매장이 다수인 것을 알 수 있지만, 매장 평균 매출 1억 원이란 숫자에 가려지게 됩니다.

강력한 콘셉트를 표현한 홍콩 스타벅스 콘셉스토어

다음으로 47개 매장 중 잘되는 매장의 특징은 콘셉트가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점심 식사가 주력인 매장, 저녁 회식이 주력인 매장, 2~3명이 삼겹살을 먹기에 좋은 매장, 20인 이상 단체 손님이 방문하기 좋은 매장. 다양한 콘셉트와 세분화된 타깃층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매장입니다. 목표로 한 고객이 만족하는 요소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손님을 유혹하는 것은 목표 고객 이외에는 불만족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2~3인이 모여 삼겹살을 먹고자 하는데, 옆에서 30명 단체 고객들이 회식을 하고 있으면 2~3인 고객들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반대로 2~3인 고객들이 주로 찾아오는 매장에 30인 이상 단체가 오면 자리 배치부터 공간까지 불편한 요소가 발생합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러운 것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것이 맥락적 사고입니다.


고객의 방문 목적에 따른 매장의 불편한 요소를 파악하고, 방문 전에 조치를 취하거나 고객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합니다. '우리 집은 2~3인이 방문하여 하루에 고민을 털어내며 식사와 주류를 즐기기 좋은 매장입니다. 30인 이상 방문하시면, 테이블 사이의 공간이 넓어 이야기하시기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라고 상대방에게 알려야, 최소한 오늘 매장에 처음 방문한 고객이 '회식 때 가봤는데 별로였어'라는 인상이 아니라, '다음에는 친구와 와봐야겠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토드로즈 교수는 그의 저서 '평균의 종말'에서 평균주의로 판단하는 것의 위험을 주의시켜 주었고, 개개인성의 발현을 강조하였습니다. 나는 이것이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매장과 브랜드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콘셉트라는 개인성이 평균으로 획일화된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개인성은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만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문맥과 흐름에 따라 맞기도 틀리기도 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변화하는 외식 경쟁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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