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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신 Nov 04. 2019

30대 가장은 어떤 유형인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자 이동 준비 합니다. 탱커님은 생존기 준비하세요."


손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주어신 시간은 5초.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자 3 2 1 이동하세요."

"7시 방향 산개, 힐러님들 빠르게 이동할께요."

"딜 중지.. 딜 중지.. 탱님 피 너무 빠르게 빠집니다." 

"어그로, 어그로, 빨리 잡아요."


찰라의 순간을 파고드는 강한 공격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각자의 역활에 따라 정해진 순서에 따라 행동했을 뿐. 공대장의 간절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1초. 딱 1초를 더 버티세요."


모든 상태창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더이상 사용할 기술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떻게 1초를 더 버틴다는 말이냐. 순간 레이드 시작전 흑마법사님이 챙겨준 '생명의 돌'이 눈에 들어왔다. 보스의 공격보다 빠르게 사용한 생명의 돌. 한대를 더 견디고 나니 등뒤에 전담 힐러가 나타났다. 


"형님 보고 싶었나?"


뒤로 공대장의 오더가 들려온다. 


"폭풍 딜 들어갑니다. 블러드 3초전. 딜 넣으세요."


40명이 하나의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떠난 레이드. 난 무리의 선봉에서 적의 공격을 받는 '탱커'라는 역활을 한다. 공대장과 나, 그리고 동생 한명 이렇게 3명이 그 역활을 수행한다. 40명중 탱커는 3명. 팀의 생존을 담당하는 힐러는 7명 나머지 30명은 공격을 담당하는 딜러다. 전체적으로 리딩은 공대장과 탱커들이 하지만, 힐러의 리더도 있고, 딜러들의 리더들도 있다. 각자 자신의 임무를 부여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레이드팀. 그 속에서 난 강인한 행동대장이다. 힐러들의 안전을 확인하며 딜러들이 편안하게 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선의 최 앞단에서 공격의 시작을 알리며, 뒤처진 팀원을 챙기며 목표로 이동하는 적극적 플레이를 한다. 하지만 늘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5명이 가는 파티에서는 늘 리더를 했다. 길을 알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에 길잡이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리더였다. 10명이 가는 파티에는 공격수 리더가 많다.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힐러를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서브 딜러가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난 거기서 팔로워다. 20인의 공대는 상황이 쫌 다르다. 탱커도 2명으로 늘고, 힐러도 5명이 된다. 딜러들이 13명이라 생존을 책임지는 힐러에서 리더가 많이 나온다. 탱커의 역활은 소위 '어그로 핑퐁'이라 불리는 보스 몹몰이다. 할일이 없다. 그냥 때 되면 옆에서 몰고온 보스를 받아서 다시 몰면 된다. 이 어그로 핑퐁을 하면 매우 수동적으로 변하며, 편의점에서 멀뚱멀뚱 서 있는 알바가 된 기분이다. 


이 느낌을 현실에 적용하면, 회사에서는 리더다. 의사결정을 하며, 회원사에 적극적으로 마케팅 제안을 한다. 업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팀원과 대표를 챙긴다. 전형적인 중간관리자의 역활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쫌 다르다. 육아에 참여하지만, 의사결정은 아내의 의견을 많이 따른다. 아들에게는 살짝 만만한 친구처럼 행동한다. 같이 숨바꼭질도 하고, 가끔 과자를 두고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몰래 라면을 끓여 먹다가 걸려 혼나기도 하고, 둘이 드라이브도 다닌다. 이런 날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하나의 개념으로는 설명이 가능하다.


'페르소나(persona)' 연극에서 인물을 뜻하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격이 있다. 난 내향적이며 소극적이다. 개인적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혼자 책 읽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페르소나를 언급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성격보다,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생각이 중요해서다. 사람이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착을 하고 사회를 만들었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타인이 바라보는 본인의 평가가 중요하다. 이 말은 사람은 역활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위치에 따라 기대하는 행동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리고 행동이 변화면 사람도 변한다. 중요한 것은 '위치에 주어진 본인의 역활을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할 것인가'이다. 사회가 복잡해 지면서 한 개인이 가지는 위치가 많아진 지금. 특히 역활에 맞는 행동은 중요하다. 리더의 위치에 가면 리더쉽을 보여야 한다. 조직의 작은 구성원이면 조직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 나는 내 위치에서 기대되는 모습을 가장 잘 수행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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