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단순히 감정의 격류에 몸을 맡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때로는 상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헌신일 수도 있고, 때로는 타인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도 지키고 싶어지는 집착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따스하고 포근한 안식처가 사랑의 전부일지 모르지만, 다른 이들에겐 서로를 파괴하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만 존재하는, 기묘하게 왜곡된 형태의 사랑도 있다. 그것은 이상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될 수도 없는 사랑이다.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통제와 의존의 미묘한 줄타기 위에서 춤추는 감정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지배하려 들고, 누군가는 사랑에 지배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할은 고정되지 않는다. 통제자는 어느 순간 의존자로 전락하고, 의존자는 새로운 힘을 발견해 통제자로 변모한다. 이런 관계에서 사랑은 단순한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 때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갈등을 동반하는 생존의 문제로 바뀐다.
이처럼 지독한 사랑은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 그 무언가는 일종의 약속일 수도 있고,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규칙일 수도 있다. 혹은 두 사람만 아는 은밀한 의식이나 상징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이든 규칙이든, 사랑을 지탱하는 매개체는 대개 연약하다. 그것은 깨질 수 있는 유리처럼 가늘고 투명하며, 상처를 남길 만큼 날카롭다. 하지만 그 연약함 속에 사랑의 본질이 깃들어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단단한 계약이나 굳건한 법칙 위에서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취약함과 불완전함 위에서 오히려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사랑은 서로를 부수는 행위일 수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이를 온전한 상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를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바꾸려 한다. 사랑을 명분으로 상대를 소유하려 하고, 그로 인해 상대가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게 한다. 그러나 그 부서짐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연결을 발견한다. 깨진 조각들을 맞추면서 그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깨진 틈 사이로 비치는 새로운 모습을 보며 자신조차도 몰랐던 감정을 깨닫는다. 사랑은 파괴적일 수 있지만, 그 파괴는 재창조를 위한 준비 단계이기도 하다.
어떤 사랑에는 의존이라는 작은 고리가 필요하다. 상대 없이는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다는 감각, 그 의존 속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안을 준다. 그것은 약점처럼 보이지만, 그 약점이 관계를 유지시킨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확신, 혹은 내가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감각은 곧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다.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을 만큼 불안정한 사랑은 오히려 그 연약함 속에서 강인한 끈질김을 보여준다.
지독한 사랑은 늘 정답일 수는 없다. 그것은 많은 경우에 상처를 남기고, 후회를 낳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오답으로 규정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사랑은 완벽함이 아니라, 그 불완전함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의 진실은 반드시 이상적이고 순수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 불완전한 과정을 통해서도 사랑은 사랑일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들 속에서 하나는 분명하다. 사랑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있는 그대로의 너’를 깨뜨려야만 보이는 어떤 것을 향한 헌신이다. 그것은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분명히 오답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살아가는 이들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서로에게 묶여, 서로를 지키며 부수고 다시 맞추는 여정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