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시선,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눈

by someformoflove

오늘, 문득 나의 시선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과연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니, 그보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방식은 어떨까? 이런 질문들에 사로잡히다 보니, 마치 내가 한 편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언제나 제3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관찰한다. 카메라는 주인공의 뒤를 따라가고, 때로는 공중에서 내려다보며 인물들의 관계를 비춰준다. 배우들의 감정은 얼굴 클로즈업으로 증폭되고, 스크린 속 세상은 모두가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무대로 축소된다. 그렇게 우리는 완벽하게 타인의 시선을 빌려 몰입한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정작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런 제3의 시선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본 적 없는 시점에서 나를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일지 가끔 상상하곤 한다. 마치 카메라가 공중에 떠서 나의 하루를 관찰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카페에 앉아 노트를 펼치고 있을 때, 제3의 시선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필기구를 손에 쥔 모습, 커피잔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 혹은 나도 모르게 창밖을 응시하며 딴생각에 빠진 모습. 나는 그런 장면들을 상상하면 약간 어색한 기분이 들지만, 동시에 흥미롭기도 하다.


가끔은 이런 제3의 시선을 정말로 훔쳐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눈으로 나를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최근 애플에서 발표한 ‘비전 프로’라는 기기가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강현실 기술과 주변 환경을 스캔하는 기능이 결합된 이 디바이스는 마치 내 눈이 아닌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탐험하게 해주는 창처럼 보였다. 물론 지금 당장은 ‘제3의 시선’이라기보다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결합하는 기술적 도구에 가깝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는 진짜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를 찍은 카메라 영상을 넘어서,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다른 각도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나는 때때로 현재의 내가 연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를 보는 관객은 없지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내 하루를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 마치 이 세계가 거대한 시뮬레이션이고, 나는 그 안의 작은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현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왜 굳이 제3의 시선을 상상하며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현실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시선 속에 갇혀 살아가기에, 어쩌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제3의 시선은 그런 한계를 벗어나게 해 줄지도 모른다. 내 모습, 나의 행동, 심지어 내가 말하는 단어들까지도 누군가의 눈을 통해 다시 본다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이야말로 삶의 흥미로운 점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 혹은 나를 관찰하는 세상의 눈. 그런 새로운 시선들이야말로 내가 매일 보는 익숙한 현실을 조금은 더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시선의 영화가 촬영되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그 영화의 주인공일까, 아니면 조연일까? 아니면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가는 행인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아닐까? 기술이든 상상이든, 제3의 시선을 빌려 나를 바라보는 이 흥미로운 실험이 언젠가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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