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우리가 만든 것들

by someformoflove

한 번은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바람은 일정한 방향 없이 이리저리 불었고, 가지들은 그것에 따라 흔들리며 부딪혔다. 그때 들리는 소리는 어쩌면 단순한 자연의 소리였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스치는 가지들의 소리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리는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나뭇가지들 때문일까? 처음엔 바람 탓이라고 쉽게 결론을 내렸다. 바람이 없었다면 나뭇가지들이 움직이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가지들끼리 부딪히는 건 그들 자신이 서로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바람 탓만 할 수 있을까?”

그날 나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바람은 어쩌면 외부에서 오는 환경일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상황, 삶의 무게, 관계의 갈등 같은 것들. 하지만 가지들의 움직임은 가까이 있는 나뭇가지들 간의 상호작용이었다. 서로가 가까이 있어서 스치고,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우리 인간 관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오래전 겪었던 관계 하나가 떠올랐다. 너무 가까웠던 사이였다. 상대는 나에게 늘 중요한 사람이었지만, 그만큼 갈등도 많았다. 작은 말투, 사소한 행동들이 때로는 날카롭게 서로를 스쳤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갈등이 외부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바쁘게 몰아치는 삶이, 각자의 처한 상황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그러니, 바람 탓이었다고.

그런데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우리의 가까움이 부딪히는 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거리를 두지 못한 관계의 밀도가 때로는 상처를 만들었고, 그 상처를 덮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말을 나누었지만 결국 더 깊은 갈등을 낳았다. 나뭇가지들이 너무 가깝게 자라 서로를 스치듯, 우리의 친밀함도 때로는 서로의 아픔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관계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나뭇가지가 서로 스치는 소리도 결국 하나의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바람 때문이든, 가지들 때문이든, 중요한 건 그 소리가 두 존재가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점이다. 서로 흔들리며 만들어낸 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대화이고, 존재의 흔적이다.

깨달았다. 바람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가지들을 탓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것을. 관계란 그런 것이다. 외부의 바람과 가까운 가지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소리. 때로는 그 소리가 우리를 아프게 할지라도, 그것이 서로가 존재하는 증거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나뭇가지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가끔씩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진다. 그 유연함이 관계를 이어가는 힘이 될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되, 지나치게 가까워 상처를 내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날 나뭇가지들의 소리를 들으며 깨달았다. 바람 탓만 하지 않겠다고, 가지들 탓만 하지 않겠다고. 그저 우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소리를 조금 더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배워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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