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를 잃었다.

by someformoflove

닮았다는 말로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는, 어쩌면 처음부터 예고된 것처럼 이어져 갔다.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 우리는 서로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꼈다. 남들이 보기에도 우리는 많이 닮았다고 했다. 취향도, 말투도, 심지어 생각하는 방식까지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같은 사람이 두 명인 듯한 기묘한 감각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신기해했고, 그렇게 연애는 시작되었다.


처음엔 모든 게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꺼내고, 내가 하려던 생각을 이미 네가 하고 있었다. 어쩌다 우리의 의견이 다를 때도 있었지만, 우리는 다름조차 신선하게 여겼다. 우리는 늘 비슷했고, 그 비슷함 속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듯한 기분은 아마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편안함 속에서 나만의 불안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는 걸까? 어쩌면 나는 행복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꾸만 ’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나?‘라는 쓸데없는 자기 연민에 빠졌다. 그럴 때마다 네가 나를 붙잡아 주었지. ”넌 괜찮아,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어 “라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도망치고 싶어졌다.


너는 항상 나를 이해한다고 말했어. ”나는 너를 사랑해, 너의 모든 것을 안고 갈 수 있어 “라고 다정하게 말했지만, 나는 그런 너에게 오히려 상처를 줬다. ”넌 나를 몰라.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어 “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널 밀어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네가 날 계속 붙잡아주길 바랐다.


사실 나는 행복이 익숙하지 않았던 거야. 행복이란 감정이 나를 덮어올 때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나와 함께 행복해할수록, 나는 그 행복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렸다. 네가 내 옆에서 웃을 때마다, 그 웃음이 곧 멈출 거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스스로 그 행복을 망치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의 대화는 점점 공허해졌고, 나는 이유 없는 불안과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 불안은 늘 너를 불안하게 만들었지. 너는 나에게 충분히 행복하다고,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너의 행복마저도 믿지 못했다.


결국, 상처받은 건 너였다. 너가 나를 떠나기 전까지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너는 나를 사랑했고, 그 사랑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 너는 더 이상 나에게서 행복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지. 너는 떠나며 이렇게 말했어. ”널 사랑해, 하지만 나도 나를 사랑해야 해. “ 그 말이 나를 무너뜨렸다.


너는 떠났고, 나는 또다시 나를 잃었다. 또 다른 나,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나를 잘 알던 너를 잃었다. 함께 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너의 소중함이, 이제야 그리움으로 남았다. 너와의 추억은 오감으로 남아 있었다. 네가 좋아하던 향기가 스쳐갈 때마다 그 시절이 떠오르고, 함께 걷던 거리의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귀에 맴돌았다. 네 손의 온기, 네 눈빛, 네 웃음소리가 나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것들은 모두 과거의 것이었다.


우리가 닮았던 만큼, 이제 나 혼자 남은 이 거리는 더없이 낯설고 텅 비었다. 너와 내가 닮았다는 것은 이제 그저 쓸쓸한 기억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감각과 향기, 소리들은 여전히 내 주변을 맴돌지만, 네가 떠난 후 나는 그 모든 것들이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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