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꾸만 고통을 없애려고 한다.
마치 그것이 ‘잘 사는 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나는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는 말을 지지한다.
이건 단순한 신념이 아니라, 인류가 지금껏 증명해 온 사실이다.
신은 인간에게 감당할 수 있는 시험만을 주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그 시험을 마주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든 피하거나, 미리 답을 찾아두거나, 아예 시험이 존재하지 않는 길을 선택한다. 마치 문제 자체를 삭제해 버리는 것처럼.
고통을 없애는 것이 정말로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걸까?
요즘 세상을 보면,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전쟁 중인 나라나 밀림 속 부족들, 아프리카 빈민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이 겪는 고통은 인류가 태초부터 경험해 온 원초적인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우리 사회, 그리고 고통을 너무 빠르게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춘 현대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 미국, 유럽과 같은 안정된 국가에서 우리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물리적인 의미에서는 그렇다. 우리는 굶주림에 허덕이지 않고, 맹수에게 쫓기지 않는다. 질병도 과학이 해결해 주고, 힘든 일을 기계가 대신한다.
이것이 과연 발전일까?
맞다, 분명 발전이다. 하지만 이 발전은 동시에 우리를 ‘고통에 무감각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고통이 빠르게 해결될수록, 인간은 점점 더 무력해진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문제를 풀지 않는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을 찾아 스스로 답을 내리기보다는 ‘이미 준비된 해결 방법’을 적용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감정이 힘들면 상담을 받으며, 인간관계가 어렵다면 SNS를 끊어버린다.
공부가 어려우면 AI가 대신 정리해 주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도 직접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정답을 찾는다.
이것은 분명 더 효율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실패를 통해 배우는 능력’을 점점 더 약화시키고 있다.
예전에는 한 가지 기술을 익히려면 수없이 실패해야 했다.
한 문장을 외우기 위해 공책을 가득 채우고, 하나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몇 년을 연습했다. 그런데 이제는 검색 한 번이면 해결된다. 인간의 뇌는 더 이상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이 필요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고통을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모든 인류를 평균적인 존재로 만든다.
한 사람이 겪어야 할 시행착오와 실패의 경험은 그 사람만의 독창성과 개성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성장하고, 같은 해결책을 찾으며, 같은 길을 걸어간다.
과거에는 개개인의 삶이 전부 달랐다.
누군가는 숲에서 사냥을 하고, 누군가는 시장에서 장사를 했으며, 또 누군가는 평생을 글을 쓰며 보냈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고통을 극복하는 방식도 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세상은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같은 목표를 추구하도록 유도한다.
모두가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고,
모두가 효율적인 학습을 원하며,
모두가 빠르게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점점 개성을 잃어간다.
인류는 원래 ‘다양한 방법’으로 성장했다.
누군가는 실패를 통해 배우고, 누군가는 실수를 반복하며 단단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 효율적인 정답’만을 추구하면서, 우리가 원래 가졌던 성장의 방식들이 사라지고 있다.
고통을 없애는 것이 과연 우리를 발전시킨 것일까?
아니면, 단지 더 빨리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를 획일화시킨 것일까?
결국,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생명은 언제나 생존을 위해 시험을 겪고, 그 시험을 통해 성장해 왔다.
자연은 실패를 통해 강한 개체를 남기고, 생명체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시험을 겪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피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에서, 인간은 더 이상 ‘강하게’ 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하는 사회에서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발전했다.
그러나 그 발전이 정말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 우리가 발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과정’ 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 더 나아진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더 고통 없이 살아가는 법만을 배운 것일까?
나는 이것이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