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고 싶다.
이 말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누군가와 함께 현실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마음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말이다.
나는 언제나 도망치는 데 선수였다.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두려웠고,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한계까지 참아내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침묵 속으로 숨어버리곤 했다. 어쩌면 이건 나의 방어 기제일지도 모른다. 비겁한 회피형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겨낼 자신이 없는, 너무나도 연약한 사람이다.
누군가를 믿는 일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지도 나는 알지 못했다.
항상 견뎌내는 쪽이 나였다.
어릴 때부터 감정을 나누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솔직한 말이 때때로 상처가 된다는 것을 배우면서, 나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솔직함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었다. 어떤 말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어떤 말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말하지 못한 채 어린 시절을 보냈고, 성인이 되어 자유를 얻은 나는 언제나 바다로 도망치곤 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면 마음이 진정되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고 가는 말도, 설명도, 눈치도 필요 없는 공간. 다만 파도가 밀려오고, 다시 밀려나갈 뿐이었다. 바다는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답을 주었다. 높이 치솟았다가 다시 잔잔해지는 물결처럼, 내 감정도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곳에서 나는 내 나름의 정답을 찾곤 했다.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지만, 나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정답이었다.
그렇게 바다로 도망치며 살아가던 내가, 이제는 내 안에 바다를 품고 살고 있다.
더 이상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침묵하지 않는다.
이제는 내 안의 바다에 물어보고, 나만의 정답을 찾아간다.
누구도 삶의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오늘의 정답이 내일의 오답이 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바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바다에서 각자의 정답을 찾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나는 감히 그렇게 생각해 본다.
하나의 방법이지, 정답은 아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자신의 길을 찾는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며, 나는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