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뭔가 대단한 순간에 이루어질 것 같았다. 무릎을 꿇고 반지를 꺼내며, 운명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그런데 ‘숏박스’의 장기연애 프러포즈 에피소드는 너무나도 소소하고 담담했다.
’근데 결혼하면 뭐가 달라질까?‘
’ 뭐가?‘
’아니 뭐가 달라지냐고.‘
’ 뭐 달라지는 건 없지. 그냥 뭐 우리 지금이랑 비슷할 거 같는데?’
‘좋아.. 좋을 거 같아. 이렇게 살면 재미있을 거 같아. 하자 결혼‘
원훈과 지윤은 특별한 로맨틱한 이벤트 없이 서로 웃으며, 익숙한 서로를 바라보며 그냥 흘러가듯이 이어간다. 그런데 그걸 보고 이상하게도 저게 더 진짜 사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 사람과 평생 살아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 때, 그게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어릴 때는 사랑이 뜨겁고 강렬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온 세상이 그 사람으로 가득 차고, 하루 종일 그를 떠올리며 설레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런 감정이 사랑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은 변한다. 처음의 열정이 식을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 사랑은 어떻게 지속될까?
최근에 법륜스님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 너 좋다, 이것은 욕망이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이해다.” 처음에는 그 말이 단순한 논리처럼 들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쩌면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결국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감정이라면, 감정이 변할 때 사랑도 사라지는 걸까? 우리는 종종 사랑이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감정이 변했을 뿐이다. 처음에는 가슴이 뛰고 하루 종일 생각나고, 그 사람을 위해 뭐든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무뎌지고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진 걸까? 아니면 사랑의 형태가 변한 걸까?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이해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가 내 기대와 다를 때에도 이해하는 것, 감정이 무뎌질 때에도 그 곁에 머무는 것, 서로를 맞춰가면서 계속 함께할 방법을 찾아가는 것.
예전에 연애를 하면서 감정이 사그라드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처음엔 모든 게 좋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설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소한 불만들이 쌓이고, 기대했던 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 실망하는 순간들이 생겼다. 그때 나는 고민했다. ‘이게 정말 사랑이 맞을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순간에도 나는 상대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와 함께하고 싶었고, 맞춰가고 싶었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다면, 무엇이었을까?
사랑은 결국 이해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감정이 사라져도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면, 그건 사랑이 맞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사랑이란 감정이 아니라 태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면서.
이제는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더 이상 강렬한 감정만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이 사람과 함께하는 게 편안한가?’ ‘나의 모습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가?’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도 비슷할 것이다. 거창한 이벤트나 감동적인 순간이 아니라, 그저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순간. 사랑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사랑이란 건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정리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괜찮을까?” 그리고 그 대답이 ‘네’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영상출처
https://youtu.be/R1XtFNn4MI4?si=jglSej5l_IyNQj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