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by someformoflove



살다 보면 단 한 번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마음이고, 시작되었다고 말하기엔 너무 조용하며, 끝났다고 단정짓기엔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 있는 감정입니다. 저는 그것을 감히 '사랑'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말은 때로 너무 쉽게 쓰이고, 너무 무겁게 다뤄져서, 그 틈 사이 어딘가에 놓인 이 미묘한 감정의 결을 충분히 담아내기엔 버거운 단어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저는 ‘말하지 않은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우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오래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끝내 하지 못한 말들, 꺼내지 못한 시선들, 조심스럽게 피한 손끝의 떨림 같은 것들이 오히려 한 사람의 생을 얼마나 오래 흔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감정의 무게가 시간 앞에서 어떻게 변하고 남는지를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어떤 감정은 제때 말해졌을 때보다, 말해지지 못한 채 가슴속에 머물러 있을 때 더 오래, 더 깊이 한 사람의 세계에 영향을 주기도 하니까요.

이 이야기는 그런 감정의 기록입니다. 이미 지나온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며 마음 한 켠이 조용히 젖는 분들에게는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아직 그런 마음을 겪지 않은 분들에게는 언젠가 올지도 모를 감정 앞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 해주는 문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삶 안에도 ‘그 시절, 그런 감정이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이야기는 충분히 의미를 다했다고 믿겠습니다.

당신이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으셨다는 건,

제 마음의 어느 계절에 조용히 발을 디뎌 주셨다는 뜻일 겁니다. 그 시간에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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