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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an 24. 2018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아는 것 2

_운전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고 자신의 능력으로 자동차를 움직인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처음 아버지 승용차의 운전대를 잡고 가족과 함께 도로를 달리는 동안 온몸을 적시던 땀의 긴장감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가 2종 보통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은 1989년이다.

재미있는 것은, 봄에 필기시험은 한번에 통과했으나 코스를 비롯한 기능시험에 7-8번정도 떨어진 것이다. 그 당시는 현재와 같이 운전면허 시험이 간소화되기도 훨씬 이전이었다. 코스시험은 쉽게 통과했으나 주행시험에서 언덕-정지- 출발 과정에서 번번이 탈락을 경험했던 것이다. 나중에는 수험표에 더 이상 인지를 붙일 빈자리가 남지 않을 정도가 돼버렸다. 결국 앞장을 넘어 뒷장에 인지를 새로 한번 붙이고나서야 마침내 기능시험에 최종합격하게 되었다.

감격스럽게 면허증을 받아쥔 이후, 본격적으로 운전대에 앉아 드라이빙을 즐기게 된 것은 다시 5-6년 후인 1995년부터였으니 운전경력 또한 그로부터 23년째 이르고 있다. 그 짧지 않은 세월동안 나는 주정차위반 등의 소소한 위반 외에 큰사고는 친 적이 없으며, 운전할 때 운전감각도 남들 못지않는 나름 베스트드라이버라고 자부하는 편이다.

운전을 못하는 편이 아니고 좋아하기도 하니 나이들수록 스스로 운전하여 멀리까지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뉴스에서 고령운전자들의 교통사고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되면서 나는 다시금 이 또한 ‘그만두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아는 것’이 쉽지 않은 사안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함께 나타나는 변화 역시 65세 이상 운전자 수도 늘어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및 사망건수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경찰청의 ‘연령대별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전체 사고 중 차지하는 비중은2014년 9.07%에서 2016년 11.06%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와같은 현실을 의식하고 문제의식을 느낀 고령 운전자들 중에는 스스로 운전대를 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5,801명 중 65세 이상이 3,789명으로 전체의 65.3%를 차지한다. 또한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운전자의 수는 2011년 525명에서 2015년 1400명으로, 4년 새 2.6배가량 급증했다.

고령운전자의 사고 원인으로는노화에 따른 시력저하, 인지지각기능 및 운동능력 감소 등이 꼽힌다.운전은 시각·청각 등 여러 감각 자극을 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인데노인은 노화 탓에 순간대응 능력이 떨어져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얼마전 뉴스의 사회면을 시끄럽게 장식한 창원터널 사고가 있었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76세의 여성으로, 낡고 오래된 화물트럭에 고박되지 않은 기름통을 싣고 달리던 중 브레이크 파열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터널의 지형적 문제점도 사고를 거드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으나, 운전자가 사고 몇개월전 대장암수술을 받고도 생계를 위하여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연까지 숨어있었다. 이 사고에서 중요한 것은 운전자가 고령이며, 그전에 여러 차례를 사고를 낸 경력이 있으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그날 아침, 낡고낡은 화물트럭을 끌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그 사고로 운전자는 물론 같은 도로를 주행하던 여러명의 무고한 운전자들도 함께 목숨을 잃고 말았다.

여기서 사고의 포인트가 76세라는 운전자의 나이 하나뿐인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위험신호들과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킨 주요 요인중 하나인 것인 틀림없어보인다.

이와같은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운전중 도로에서 의식을 잃었다거나 신호에 맞춰 재빠른 제동장치조작을 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켰다는 고령운전자들의 사고소식을 종종 듣곤한다.


어느 날도 그와 같은 뉴스를 들은 뒤 나는 생각했다.
'그럼 나는 언제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그만두어야 할 때는 언제일까'



 

언뜻 생각해보면, 평생 잘 해온 운전을 왜 나이들었다고 못하겠느냐 하는 반문도 든다. 그러나 평생 운전을 업으로 삼아온 택시운전기사를 비롯해, 수십년간 자기 차를 몰아온 운전자들이 뜻밖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운전사고를 일으켰다는 뉴스를 종종 들으니 운전에도 그만둘 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나는 남편과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까지 운전할거냐고 묻자, 남편은 선뜻 이렇게 대답했다. '언제까지라니? 끝까지 계속 하는 거지?!'
그래서 내가 되물었다. 요즘 고령운전자들의 사고소식을 접하지 않았느냐, 아무리 운전을 잘한다 해도 늙어서 눈과 귀가 어두워지고 순간적인 반응속도도 느려지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판단력도 느려진다는데 과연 80.90살 넘어서까지 사는 동안 죽- 내 손으로 차를 몰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일까?라고.
그러자 남편도 잠시 생각하더니 '아, 그러네!' 하고 동의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나름의 합의를 도출했다.
대략 70세 정도까지만 조심조심 운전을 하는 것으로. 그후에는 기운이 남아돌고 정신이 아무리 똘똘하게 느껴진다해도 노구를 이끌고 무리하게 차를 모는 대신 택시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이들어 갈수록 운동이 부족해질테니 좀 가까운 거리는 운동삼아 천천히 걸어도 다니고 먼길은 자가용 차량유지비를 택시이용 비용으로 전용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더 먼 곳을 갈 때는 기차나 비행기를 타면 되는 것이다!
 


이미 벌써부터 나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살면서 값비싼 기름을 길바닥에 뿌려가며, 매연 내뿜어가며, 온 신경을 집중하여 머리 써가며 운전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환경과 관련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온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왠만하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좀 걷거나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반드시 차로 이동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운전대를 잡는다.


물론 나는 멋진 전기자동차의 출현은 고대한다. 친환경적이며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는, 디자인도 마음에 꼭 드는 그런 멋진 전기자동차가 등장한다면 나는 그 차를 꼭 한번 구입하여 이용해보고 싶은 희망은 있다. 가능하면, 70세가 되기 이전에 그 꿈이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어찌됐든, 나는 운전에 있어서도 자신이 언제쯤 그것을 그만두어야할 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확인하며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서 자신의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 더욱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생계를 위하여 직업적으로 운전을 하는 이들의 경우에는 이 문제가 쉽사리 결정할 수있는 사안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 가족을 위해 운전을 하는 이들에게 '이제 70세가 넘었으나 면허증을 반납하라'고 누가 섣불리 말할 수 있겠나. 모든 결정권은 그 자신에게 있을 뿐이다.




*참고:고령운전의 위험성에 관한 아래 기사를 전문 인용한다.

<출처:브릿지경제.박정환기자>

동체시력 줄고, 반응속도 느려지고 … 고령운전 위험 이유
65세 이상 교통사고 2만4000건, 시야각 60도 감소 … 의자 높이고 라디오 볼륨은 작게        
                                    60세 이상부터 동체시력이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져 야간운전시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및 사망건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경찰청의 ‘연령대별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전체 사고 중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9.07%에서 2016년 11.06%로 증가했다.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6년 2만4429건으로 늘어나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수치가 감소한 다른 연령대와 대비됐다.

같은 기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763명에서 2016년 759명으로 근소하게 줄었지만 부상자는 2만9420명에서 3만5687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교통사고 부상자가 같은 기간 33만7497명에서 33만1720명으로 5777명으로 줄어든 것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상대편과의 충돌없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65세 미만 운전자(1.8%)보다 75세 이상(5.1%)에서 3배 가까이 높았다. 또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65세 미만보다 입원율이 4배 이상 높고 입원기간도 약 50% 길다.

이런 현실을 의식한 듯 스스로 운전대를 놓는 고령운전자도 적잖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5801명 중 65세 이상이 3789명으로 전체의 65.3%를 차지했다.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운전자의 수는 2011년 525명에서 2015년 1400명으로, 4년 새 2.6배가량 급증했다.

고령운전자의 사고 원인으로는 노화에 따른 시력저하, 인지지각기능 및 운동능력 감소 등이 꼽힌다. 운전은 시각·청각 등 여러 감각 자극을 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인데 노인은 노화 탓에 순간대응 능력이 떨어져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이나 정신력 등 신체조건은 개인적 편차가 있지만 60대에 접어들면 시·청각 기능이 저하돼 사고 위험이 2배가량 높아질 수 있다. 사고 위험을 가장 높이는 원인은 시력 저하다. 한국교통연구원 연구결과 60세 이상부터 동체시력이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체시력은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시각적 능력을 의미한다. 운전 시 동체시력은 자동차의 이동속도가 빠를수록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지시력이 1.2인 사람이 50㎞/h 속도로 운전하면 동체시력은 0.5 이하로 떨어진다. 노화로 동체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동차의 속도감이 더해지면 도로표지를 읽는 게 힘들고, 속도감이 떨어져 과속하게 되며, 다른 차나 보행자의 움직임을 제대로 구별하기 어려워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보통 60세 이상의 40%가량이 시력 문제로 야간운전 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령운전자는 시야각이 60도로 젊은층(120도)의 절반으로 줄어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못볼 확률도 높다. 주행 차선을 바꾸기 전 사이드미러를 확인할 때 또는 먼 곳을 보다가 가까이 있는 내비게이션을 볼 때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이 느껴지면 잠시 운전을 멈추고 눈을 쉬게 해줘야 한다.
인지 및 반응속도 감소도 고령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에 따르면 고령운전자는 젊은 운전자보다 반응 시간 및 속도 예측이 느렸고 핸들조작 및 동시조작 능력도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상현실을 이용한 운전 시뮬레이터 도로주행 검사에서 합격한 비율은 노인 운전자가 61.8%로 젊은층(91.7%)보다 낮았다.
또 도심에서 돌발상황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해 측정한 결과 비고령 운전자의 반응 시간은 0.7초인데 비해 고령은 1.4초가 넘었다. 고령 운전자는 고속도로 내 돌발상황에 대한 반응과 출발반응 시간도 일반 운전자보다 17% 이상 오래 걸렸다.

사고 위험을 막으려면 고령 운전자는 좌석을 높게 조정해 시야를 최대한 넓게 확보해야 한다. 라디오나 음악의 볼륨을 낮추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약하게 가동하는 게 좋다. 나이가 들수록 청각이 떨어져 다른 차의 경적소리나 내비게이션 알림을 잘 듣지 못해 순간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복용 중인 약이 감각을 저하시켜 영향을 안전운전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절반가량이 질환 치료나 자양강장을 이유로 약을 복용하는데 신경안정제와 우울증약은 신체반응 속도를 저하시켜 사고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진통제·두통약·간질약·혈압약·멀미약·감기약도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약제다.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있다면 의사와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담해보는 게 좋다. 또 미리 운전 경로를 파악해두고 새로운 길보다는 평소 자주 다녀 익숙한 도로를 주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령자 운전자의 상당수가 생업과 직결돼 있어 무조건 나이로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선진국65세 이상 운전자의 적성검사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해야 한다. 현재 국내 교통법규는 1종 면허는 10년 또는 7년, 2종 면허는 10년 또는 9년이다. 면허 종류에 상관없이 운전면허 시험이 쉬워진 2011년 12월 9일 이후에 면허를 취득한 65세 이상은 갱신주기가 5년으로 줄었다.

일본은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고 치매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호주에선 80세 이상 운전자는 갱신 시 의료증명서를 제출하고 85세 이상은 실제 주행시험을 거쳐야 한다. 영국에선 고령자를 대상으로 통합운전평가를 실시해 인지기능, 반응속도, 신체적 능력, 시력, 도로주행 가능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체크한다.

이에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적성검사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인지기능검사가 포함된 무료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나이먹음에 따른 신체적·인지적 기능변화를 체크하는 적성검사를 제도적으로 보완 강화할 방침이다.
버스나 택시처럼 다중을 수송하는 직군의 고령운전자는 운전능력을 더 까다롭게 관리해야 한다. 일본처럼 면허를 반납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령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해 교통표지판 글자 크기를 확대하거나, 야간사고 다발지점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교통인프라를 개선 및 확충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광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운전관리 당국과 의사단체가 운전적합성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개인 병력 공유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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