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노을에 물든 성스러운 교회
2010년 9월14일쯤.대략.
니스에서 오전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 밀라노.
오후, 첫 목적지는 두오모 성당.
14세기에 초석을 놓은 뒤 6백 년 가까운 공사 기간 끝에 폐건물의 위기를 벗어나 20세기에 와서야 마침내 완공되었다. 고딕 양식 성당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며, 바티칸을 제외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대성당이기도 하다.
밀라노 대성당은 이탈리아의 고딕 건축 중 최대의 규모로서 전장 148m, 신랑 천장 높이 45m, 교차부 돔 위의 탑은 108m에 이른다.
성당 전체가 흰 대리석으로 덮여있고, 기둥과 부벽 위에 인상을 이고 임립 하는 소첨탑은 자그마치 135기를 헤아린다.
이 두오모 앞 광장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 그곳을 여행해본 이들은 어쩌면 한 번씩은 경험했을 일.
성당 관람을 마치고, 광장에서 잠시 어슬렁거릴 때, 아랍계 이민자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어디서 비둘기 떼와 함께 다가왔다. 그리고는 손에 다짜고짜 새 모이를 놓아주자 비둘기들이 그것을 먹기 위해 저렇게 손바닥 위로 거리낌 없이 내려앉는다. 얼덜결에 그 놀이에 말려든 우리는 당황하면서도 그 순간을 즐겼다.
그러나 이내 쇼가 끝나자 비둘기 청년들은 돈을 요구했다.
처음엔 제법 많은 액수를 불렀는데 남편이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러자 그들은 잠시 당황하더니 이번에는 좀더 적은 금액을 요구했고 우리는 잠시 동안이나마 뜻밖의 즐거움을 준 대가로 얼마간의 동전을 건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외에도 두오모 성당에 들어갈 때의 일도 생각난다.
그날따라 너무 더운 날씨에 나는 나시티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두오모에 입장하려 하자 입구에서 경찰인지 경비원인지 알 수 없는, 정복을 입은 문지기에 의해 거부당했다. 그는 그러면서 광장에서 스카프를 판매하고 있는 상인을 가리켰다.
즉, '그 헐벗은 차림으로는 경건한 성당에 출입할 수 없으니 가서 스카프라도 사서 노출된 몸을 가리고 오라'는 뜻이었다.
나는 곧장, 두 번 다시 쓸데없을 것 같으나 당장 아쉬운 스카프 한 장을 사서 팔에 두르고 성당에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문지기가 다시 나를 거부했다. 허옇게 드러난 넓적다리도 가리라는 뜻이었다.
그러려면 쓸모없는 스카프를 또 한 장 사야 하나? 잠시 고민 끝에 나는 근처의 관광기념품 판매점으로 갔다.
그곳에서 MILANO라고 쓰인 반팔 티셔츠를 사 입었다.
그리고 먼저 산 스카프는 무릎 정도까지 가려지는 랩스커트처럼 허리에 둘러 감고 나서야 성스러운 두오모 성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
나처럼 옷차림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흔한지, 그곳에는 갖가지 색상의 스카프 자락을 판매하는 뜨내기 상인들이 여럿이었다.
두오모 성당 광장 주변을 거닐며 밀라노에서의 첫날 오후를 만끽하고 있을 즈음, 해가 지기 시작하자 우리는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저물어 가는 태양빛을 받아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두오모 성당!
그 놀라운 빛의 변화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제는 벌써 7년도 더 지난 일인데도 그날의 저 광경은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