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나의 쇼핑채널 엑소더스
견물생심이란 말은 딱 그럴 때 쓰는 것 아니겠는가.
"TV홈쇼핑"
언제부터일까?
아마도 IP TV를 보게 되면서부터일 것이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마다 발에 채이듯, 채널 하나를 쉽게 건너지 못할 만큼 사이사이 포진해있는 쇼핑채널의 마수에 걸려 허우적거려온 시간이 얼마이던가.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는 그렇다 치고, 어느 때부터인가는 스스로 일부러 쇼핑채널만 골라 찾아보며 빠져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얼덜결이든 일부러든, 일단 그 현혹하는 화면에 눈과 귀를 3초만 마주했다가는 결국 영혼마저 빼앗기는 경험을 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그렇게, 영혼과 지갑을 번번이 털리고 나면 곧이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후회감과 함께 제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내가 수많은 시간 동안 적잖이 사들인 물건들 중에는 정말로 필요했던 것도 있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없어도 되거나 불필요한 것들도 순간의 충동으로 사들인 것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늘어날수록 후회와 죄책감은 남몰래 커져갔다...
그런 어느 날, 나는 큰 결심을 했다.
이제 그만, 이 즐겁고도 고통스러운 홈쇼핑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언가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IP TV의 설정 화면에서 '채널 삭제' 기능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러고 보니 그런 기능은 옛날부터 있었을 것인데,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음 순간, 나는 사실 아주 잠깐 망설였으나 곧이어 수십 개에 달하는 홈쇼핑 채널을 몽땅 '선택 삭제'하는 결단을 내렸다!
(사실 그전까지 나는 정말로 그런 기능이 있는지 알지 못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게 좀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끊임없이 유혹하는 쇼핑채널을 내 스스로 무시하고 건너뛰지 못할 바에야, 이렇게라도 강제로 부질없는 쇼핑 채널과 결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그로부터 나는 홈쇼핑의 마수에서 벗어났다. 그 많은 쇼핑 채널들을 지우고 나니 꽉 차 있던 쓰레기통을 비워낸 듯 마음까지 개운하고 헐렁하니 바람이 통하는 기분이 되었다.
물론 애초에도 나는 쇼핑중독자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틈틈이 채널에 걸려 넘어질 때면, 떡 본 김에 제사라도 지내듯, 넘어진 김에 쉬어가듯, 그렇게 하나씩 둘씩 '지르곤' 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제는 그나마 아무리 채널을 돌려도 불현듯 유혹하는 쇼핑 채널과 마주칠 일이 없으니 얼마나 마음이 가벼운지!
가끔 티비에서 쇼핑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주로 여성, 주부들-을 본다.
그들은 습관적으로 물건을 사들인다.
매일, 매주 수십 개의 택배를 받아들여 뜯어보지도 않은 상태로 한쪽 구석에 쌓아두곤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쇼핑을 멈추지 못한다.
매일 택배 상자를 들고 찾아오는 배달부를 만나는 것이 낙이라는 사람도 있다.
마음이 허해서, 그 허전함을 채워줄 완벽한 무엇을 찾아 한없이 물건을 사들이는 것일까.
어떤 쇼핑중독 주부는 한 달에 200-300만 원씩이나 물건값으로 쓴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돈이 아주 많아서 돈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도 아니다. 또 그렇게 사들인 옷들은 옷장에 가득 차고 넘치며 생활용품들이 베란다를 채우고도 남아, 뜯지도 않은 상태로 산처럼 쌓여간다.
심지어는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 기억하지도 못한 채, 가족들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주문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도박중독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중독성을 띠는 쇼핑중독은 다른 중독 증상과 마찬가지로 소외감, 고독감, 상실감, 우울증, 자신감 결여, 애정결핍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및 약물 남용과 같은 문제와 더불어 쇼핑 중독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흔히 강박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리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내재된 경우, 힘든 현실에 대한 보상으로 시작된 쇼핑 행위를 반복하다가 중독에 이르게 된다.
쇼핑중독:강박적 구매로도 불리는 쇼핑중독은 쇼핑, 구매에 대한 부적합하고 과도한 충동이나 집착이 있어, 분별없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하거나, 자신의 경제력보다 더 많은 금액의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빈번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단순히 쇼핑을 많이 하는 병이라기보다는 쇼핑의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서울대학교 의학정보_네이버
중독이든 아니든, 경험해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물건을 고르고 결제버튼을 누르는 순간 느끼게 되는 만족감과 쾌감은 사실 무척 짜릿하다. 그로부터 회가 거듭될수록 습관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쇼핑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필요성의 여부나 금전적 여부와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금단현상에 따라 스스로 쉽게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울면서도 한편으로는 결제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까지 이르렀다면, 나처럼 스스로 더 깊은 늪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모든 중독과 마찬가지로 쇼핑중독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값비싼 명품이 인간의 가치를 증명해준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며, 다양한(TV 홈쇼핑, 인터넷 쇼핑 등) 쇼핑채널을 멀리하도록 의도적이며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홈쇼핑 채널이나 인터넷 쇼핑을 접하지 않도록 밖으로 나가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긍정적이고 원만한 친교활동을 하도록 의도적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나치게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든 눈만 돌리면, 손만 뻗치면 쇼핑을 할 수 있다.
문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아도
이쑤시개부터 냉장고, 자동차까지도 사들일 수 있게 되었다.
기술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삶은 한없이 편리하고 풍요로워졌으나
그만큼 우리에게 더욱 필요해지는 것은 절제와 결단력이 아니겠는가.
방 안에 틀어박힌 채 '나 홀로 쇼핑'에 몰두하여
부질없이 돈만 쏟아붓고,
나아가 영혼마저 탈탈 털린 뒤에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허탈할 것인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들은 무한하지만 그 수명은 유한하기 짝이 없다.
우리의 수명 또한 얼마나 짧고 부질없는지!
그 아까운 시간을 수명이 다하면 버려져 쓰레기가 되어버릴 물질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신의 영혼을 가다듬는데 우리의 짧은 생애를 쏟아부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쇼핑중독 자가진단법
1. 열지 않은 쇼핑백이나 택배 상자가 있다.
2. 다른 사람이 나를 쇼핑 중독이라 여기는 것 같다.
3. 하루의 대부분을 소비에 집중한다.
4. 스스로 충동 구매자라고 생각한다.
5. 필요 없는 물건을 사들인다.
6. 계획하지 않은 물건을 사들인다.
위의 각 항목을 확인한 후 정도에 따라 1점(매우 아니다)부터 7점(매우 그렇다) 사이의 점수를 매긴 후 합산해 보세요. 만약 합산 점수가 25점 이상이면 쇼핑 중독일 가능성이 있다.
◈쇼핑 중독자의 유형
만약 자신이 쇼핑에 중독됐다고 생각된다면, 어떤 유형의 쇼핑 중독인지도 확인해보자.
- 트로피 쇼핑 중독자: 완벽한 무언가를 늘 찾는다.
- 통 큰 쇼핑 중독자: 돈을 잘 쓰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걸 바란다.
- 알뜰형 쇼핑 중독자: 필요 없는 물건을 세일이라는 이유로 산다.
- 대식 가형 쇼핑 중독자: 물건을 사고 교환하는 걸 끊임없이 반복한다.
- 수집 가형 쇼핑 중독자: 세트 혹은 적어도 색깔 별로 구성을 맞춰야 직성이 풀린다.
◈쇼핑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이렇게!
1. 신용카드는 집에 두되, 필요한 만큼의 현금을 들고 다니거나 체크카드를 사용한다.
2. 쇼핑에 나서기 전, 구매 목록을 적는 습관을 들이고 목록에 적혀있는 것만 산다.
3. TV 홈쇼핑 채널이나 모바일 쇼핑 앱 등을 지우고 자발적으로 차단한다.
4. 가까운 사람에게 쇼핑을 자제시켜 달라고 요청한다.
5. 다른 취미 활동을 찾아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출처] http://blog.daishin.com/221266462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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