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동물 살처분, 동물복지를 생각하다

_7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동어반복같은 현재에 붙임

by somehow


경철이 아버지는 15년 전 고향인 충청도로 내려가 한우를 키우기 시작해 현재 130마리가 넘은 제법 큰 규모의 축산 농가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인근 지역 농가에서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구제역에 걸려 누구네는 몇 마리가 걸렸다느니, 또 누구네는살처분을 하게 됐다느니 하는 소리였다.

‘설마 우리 집까지 오지는 않겠지...’

경철이 아버지는 걱정스러우면서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고등학생인 경철이는 시내 친척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주말이면 집으로 오곤 했다.

금요일 오후, 경철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축사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경철이도 구제역 소식을 들었으므로 아버지의 근심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우리 소들은 건강하니까 별일 없을 거예요.힘내세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막내아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다음 날 아침, 먹이를 주러 축사에 간 아버지는 소들의 상태를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구제역 증상을 의심할 만한 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암소 한 마리가 침을 좀 흘렸지만, 아직 구제역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니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밤 군청의 축산계 직원들이 찾아와 믿을 수 없는 말을 전해주었다.

“이 농장의 소 132마리가 살처분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뭐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소들은 아직 멀쩡한데 살처분이라뇨?”

경철이 어머니가 발끈해서 되묻자 축산계장이 대답했다.

“지난 14일에 암소 아홉 마리 출하하셨죠? 그때 소를 실으러 도축배달 차량이 들렀던 걸로 확인됐는데요, 그 차량이 그전에 이미 구제역에 오염된 다른 농장을 방문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전국적으로구제역이 확산되는 추세라 오염된 도축 차량이 이동하며 들렀던 농장은 예방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오염된 차가 왔다 갔으니 소가 병에 걸렸든 아니든 무조건 죽여야한다는 말이었다.

“아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저렇게 멀쩡한 소들을… 내가 15년이나 애지중지하고 새끼 받아가면서 키워온 자식 같은 소들을 어떻게 죽인단 말이오!”

경철이 아버지는 기가 막혀서 언성을 높였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위에서 지침이 그렇게 내려와서 저희들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게 죄송하다는 말로 끝날 일이에요? 소 키우는 사람한테서 소를 앗아가면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절대 안 돼요! 어디 한 마리라도 병이 났어야 말이지…….”

어머니도 화가 나서 펄펄 뛰었다.

경철이는 방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슬며시 축사로 가보았다. 소들도 주인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걸 아는지 잠을 못 자고 우는 녀석들도 있었다.

다음 날 다시 찾아온 방역 담당 직원들은 경철이 부모 앞에 무릎까지 꿇어가며 계속 설득했다. 축산 농가 주인이 아무리 거부해도 예방 대책으로 내려온 사안이니 결국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날 오후, 경철이 아버지는 눈물을 머금고 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 서류에는 한 마리당 보상 액수와 살처분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내가 우리 소들을 생매장시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소.... 보내기 전에 좋은 사료나 먹여서 보내게 해주소.”

아버지는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아껴둔 사료를 모두 꺼내어 축사로 들어갔다.

소들도 자신의 운명을 아는지 구슬픈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해질 무렵, 축산계 직원들은 준비해온 물품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소에게 주입할 약품이었다. 132마리의 소 가운데 수소부터 차례로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불과 며칠 전 태어난 송아지들도 여섯 마리나 있었다.

담당자들은 애써 담담하게 일을 처리했으나 송아지에게 주사를 놓아야 할 상황이 되자 젊은 방역 담당자는 한숨을 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으로 주사를 놓던 청년은 결국 더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경철이와 가족들은 물론방역 담당자들도 모두 괴로운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소들이 죽으면 인근에 파놓은 구덩이에 갖다 묻어야 했다. 그런데 오래 기다릴 시간이 없었던 방역 담당자들이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녀석들까지 마구 끌어다가 구덩이에 던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소들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파고드는 듯했다...

그것을 보고 고통스러워하던 경철이의 머릿속에 몇 가지 궁금증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소, 돼지한테도 영혼이 있을 텐데 저렇게 처참하게 죽여야만 할까? 미리 예방할 방법은 없나? 아무리 동물이라고 이렇게 비윤리적으로 대해도 되는 건가?’


구제역은 소와 돼지 등 가축에 대한 전염성이 높은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하나다. 이것은 소·돼지 등의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치사율이 5~55%에 이르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 전염병이다. 이 병에 걸린 소는 열이 나고 사료를 잘 먹지 않으며 거품 섞인 침을 흘리는 증상을 보인다.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는 소각하거나 매몰하는데, 수가 많을수록 매몰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난 몇 개월 동안(2011년 현재) 구제역으로 몰살된 전국의 소와 돼지는 약 350만 마리나 되었다. 그것들을 살처분하던 중 안락사를 시키는 약품이 부족해지자 나중에는 산 채로 구덩이에 던져 넣기도 했다고 한다.

더욱이 앞의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주변에 구제역에 오염된 사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증상이 없는 농장의 소도 모두 쓸어 담듯이 처분했다는 것도 문제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다. 보상을 해준다고는 하나 그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하루아침에 전 재산과도 같은 소와 돼지를 잃은 주인들은 삶의 의욕을 잃고 세상을 버리는 경우마저 있다.

전국적인 살처분 사태를 보고 한쪽에서는 심지어 미국산 육류를 수입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외치는 인간들이 정작 가축에게는 어쩌면 이토록 잔혹할 수 있을까.


이제는 구제역 방역 시기의 문제를 떠나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축산 농업의 현실을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소를 넓은 들판에 풀어놓고 마음대로 다니며 풀을 뜯어먹게 했다. 즉, 방목으로 키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농가들은 소와 돼지를 공장처럼 비좁고 더러운 축사로 밀어넣었다. 그런 다음에는 먹이를 먹고 얼른 살이 찐 다음 고깃덩이로 재탄생하기 위해 도축장으로 갈 때만 축사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비좁고 불결한 환경에서 사육된 가축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항생제가 듬뿍 들어간 사료를 먹지만 일단 병에 걸리면 전염력이 매우 빠르다. 그러다보니 한 곳에서 생긴 구제역도 순식간에 퍼지게 된다.

또한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하기보다는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급하게 수습하는 주먹구구식의 해결 방식도 문제다.

이제 우리는 아무 죄도 없이 인간을 위해 살다 희생되는 가축의 삶의 질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즉, 동물복지를 생각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인간을 평생 집 안에 가둔 채 살게 한다면 어떨까. 가축들도 질좋은 고기를 인간에게 선사하기 위해서는 길지 않은 삶이나마 평화롭고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편안하고 도덕적인 죽음을 맞을 권리가 인간에게만 허용되는 것일까.

그런데 복지 축산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져서 고기값이 오른다는 이유를 댄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의 삶의 질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야만 수요를 충족시킬만큼 고기 공급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전국을 휩쓴 구제역은
인간이 자신들의 행복만 추구한 나머지
탐욕이 지나쳐서 불러온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은 인간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동물과 인간과 자연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모두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는
진정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집단적인 동물 전염병을 예방하고 동물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_201108 다시읽기* 청소년을 위한 정의의 올바른 이해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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