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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Mar 24. 2017

또 하나의 인연-해외결연

비파티야와 라반 이야기




그것은 또한 우연이었다.

SBS에서 종종 하는 기아체험 프로그램이던가 해외아동결연 홍보 프로그램을 보던 2011년 봄 어느날, 우리는 티비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세이브더칠드런에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해서 얼마후  우리는 네팔에 사는 7살짜리 소년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생 비파티야.

결연이 되면 그때부터 아이는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한달에 3만원의 후원금으로 또 한 아이가 공부를 하고 어쩌면 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가끔 아이의 안부편지를 받고 답장편지를 보내기도하며 시간이 흘렀다.

얼마전엔가 네팔에 큰 지진이 났을 때는 혹시 비파티야의 집은 무사한지 걱정스러워 세이브더칠드런에 전화하여 안부를 확인하기도 했다....어느새 아이와 우리는 그냥 돈으로 연결된 관계가 아닌 안부를 궁금해하고 걱정하기도 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우리는 아이가 다 성장할 때까지 후원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날 뜻밖의 편지가 왔다.

우리가 후원하던 그 지역의 사정이 나아져서 더이상 후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민들끼리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니 정말로 반갑고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비파티야와의 결연도 종료된다는 소식은 무척 아쉽고 서운한 것이었다.

어느새 5년동안 비파티야와 우리는 서로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 해본 적은 없으나사진을 통해 편지를 통해 부족하고 서투르나마 마음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는 비파티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아는 것보다 많았고 비파티야도 우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인데, 이제는 그나마 소식조차 전할 수 없게 되었다니 오래된 친구와 영영 이별하는 것처럼 안타까웠다.


소년은 우리를 나중에 어떻게 기억할까. 기억하기나 할까.

먼 어느 나라의 누군가가 자신을 기억하고 자신의 이름을 가끔 불러보리라는 짐작을 할까...

우리는 소년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준 것일까. 나중에 시간이 되면 네팔로 소년을 만나러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파티야와 그 가족들이 앞으로 늘 행복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살아가기를 소망하기로 한다.


비파티야의 성장모습 오른쪽 아래가 제일 처음온 사진, 그 다음이 그 위, 왼쪽사진이 그 다음이다.
마지막으로 보내온 비파티야의 사진. 의젓한 소년이 되었다.


비파티야와의 결연이 끝난 후, 우리는 다시 다른 소년을 만나게되었다.

라반이라는 이름의 잠비아 소년.

처음 보내온 이 사진은 얼굴을 잘 알아보기 쉽지 않게 찍혔다. ㅋㅋ

잠비아 소년 라반이의 결연 메시지카드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잠비아라는 나라의 한 소년이 다시 우리의 인연이 되었다.

지금까지 두어 번의 편지가 오갔다.


자원봉사자가 영어로쓴 라반이 편지
영문을 한글로 번역한편지

그리고 며칠전 도착한 편지.

소년의 편지를 영문으로 다시 한글로 바꾸어 함께 보내온다.


지난 연말에는 남편이 영문으로 편지를 써보냈는데, 영문으로 쓰면 번역과정 한 단계가 줄어들어 조금 더 빨리 편지가 전달된다고 한다. 그래봤자. 두어 달.

한글로 쓰면 다시 영문으로 다시 잠비아어로 바꾸느라 배달까지 서너달이 걸린다던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어디에 사는 지도 이제까지 모르고 살았던
아프리카의 한 소년과 우리가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리라고 누가 알았으랴.

소년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며
우리의 소중한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어쩌면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할 수도,
혹은 만날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득한 거리를 날아온 몇 줄의 편지 한 장으로 서로에게 궁금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우리는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기관을 통해 소년을 만나게 되었지만
그것은 그저 하나의 절차일 뿐 우리는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특별한 인연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제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하면 혹시 잠비아일까, 라반이가 있는 곳일까 하는 상상을 하며 머릿속으로 지도를 더듬게 된다.


그러므로 해외결연은 그저 돈 몇푼 후원하는 것으로 의미가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겨우 연결고리에 불과할 뿐 소년의 하찮고 사소한 소식을 듣고 소년도 사실은 별로 궁금하지 않을 시시콜콜한 우리의 일상을 전하는 것으로 우리는 서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종종 안부를 물으며 어느새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네팔의 비파티야도 지금의 잠비아 소년 라반이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선물같은 인연이다.

그 아이들에게 별것 아닌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니 다행이고 저 먼나라에서 가끔 우리를 궁금해할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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