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h My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May 14. 2023

번외편_면접:아이돌보미 수시 채용

_그럴 듯한 명분 뒤에 감추어진 것은

빵공장에 채용된 이후에도  뜻하지않게  임했던 어떤 면접에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되짚어 보고 넘어가기로 한다.


이번 취업을 위해 수많은 취업포털을 뒤지던 중, 우리 시청 홈페이지의 채용공고/취업정보 역시 놓치지 않았다.

취업정보는 대체로 워크넷과 연결되어 있어서 중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 채용공고차원에서 대체로 시가 고용주체가 되어 공고를 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의 사서나 관리자, 산불빈발 계절에는 산불감시원을, 코로나 대유행기에는 방역요원을 구하거나, 혹은 아이돌보미를 공개 채용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들 공고의 공통점은 대부분 기간제근무자를 원한다는 것이다.

보통  1년, 혹은 채용시점으로부터 그해 말까지로 돼있으니, 현시점인 5월에 근무를 시작하더라도 그해 말에 근무가 종료되는 식이다.

왜 그럴까?

기대감을 동력으로 공개경쟁을 시켜서 뽑은 사람을,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져서 이후로는 더욱 잘해낼 수도 있는 사람을 달랑 1년이나 몇 개월만에 계약조건이라는 이유로 미련없이 내보내다니. 적당히 쓰다가 버리겠다는 생각이 아닌가.

어쩌면 1년씩 1년씩 좀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도에서 그러는 것일까도 싶지만, 무슨 취미나 여가활동도 아니고 맛뵈기식으로 1년이나 몇개월 잠시 소모당한 그 사람은 또다시 그후 다시금 거리로 나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거리며 다닐 것을 생각하면 뭐하는 짓인가 싶다.

그래서 나역시 이전부터 취업모드로 들어서면 시에서 올리는 채용공고를 두러번거리기는 하지만 그 1년 계약이라는 조건이 이해되지 않고 불만스러워 섣불리 지원할 마음이 내키지 않았었다.

운좋게 채용되더라도 그시점부터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며 종료시점이 다가온다는 생각은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은 노느니 지원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서를 보내보기도 했다...한편으로는 그러다 덜컥 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하면서.



이번에도 시_채용공고를 살피다가 문득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돌보미 수시 모집_공고

지원자격을 살펴보니 뜻밖에도 자격이 충분했다. 물론, 아이를 양육해 본 경험이나 아이를 본격적으로 돌본 경험은 거의 없지만 그외 기본적인 자격조건은 내 생각에도 아주 충만했기에 서류를 챙겨 지원서를 제출했고 1차 서류심사에서 통과되었다.

그것이 4월28일이다.


곧바로 2차 면접날짜가 통보되었다.

5월10일 오후 2시.

이미 5월 4일부터 빵 공장에서 일하게 된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얼마나 됐다고 그날 땡땡이를 칠 수도 없는데...하다가 생각해보니,

빵 공장은 5월5일에도 일을 했었고, 그 대신 대체 휴무로 내가 원하는 다른 날 쉴 수 있었다.

그래서 면접날 오후에 빠지는 것으로 결정을 지었다.

일단,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질의응답이 오가는지, 면접에는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면접장에는 총 9명이 대기했다.

면접을 보러 3명씩 들어갔는데, 나는 두번째 조로서 임했다.

사실, 면접을 보러 가기는 했으나 아이돌보미가 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영유아를 돌보게 된다면 종일 근무를 하게 되겠지만, 아이 양육의 경험이 없어서 영유아를 돌보는 것은 나 스스로는 물론, 고용주나 아이돌보미를 채용관리하는 가족센터의 시설장조차도 별로 맡기고 싶지 않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초등생들의 등하원이나 학습지도_주로 국어와 독서, 글쓰기지도 등을 할 수 있다고 지원서에 썼었다.

그 다음은 급여의 문제이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자녀양육에서 공백이 발생하는 시간대에 아이돌보미가 존재하기에, 초등생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각부터 부모들이 일터에서 돌아오는 시점까지가 근무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 최대 3~4시간정도가 아닌가. 시간당 급여는 당연히 최저시급이다.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초짜 아이돌보미의 월급여가 짐작된다. 용돈 수준이 아닌가...


나는 적어도 월평균 근로자의 최저임금, 혹은 그 이상은 되어야 만족스럽게 일을 할 수 있을 것같았다.

그야말로 집에서 너무나 할일이 없고, 나가서 일할 데도 없다면, 그나마 몇 시간 동안 자신의 무료한 시간을 내어주고 소소한 대가를 받는다면 참 기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무척 보람까지도 느낄 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나에게 아이돌보미_학습도우미가 직업이 되려면, 그 정도 선심쓰는 듯한 급여정도로는 결코 만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는 활동과 관련된 사항이 친절히 제시되어 있다.

우리 시, 아이돌보미 홈페이지 안내사항_캡처1

먼저, 이와같은 활동비 지급안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간당 급여가 9,630이라는 점, 월 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일 때 4대 보험과 퇴직금산정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었다.

도시평균 최저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09시간이다.

즉, 주당 40시간이고, 일일 8시간씩 시급 9,620원이다. 아이돌보미의 시급이 9,630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나같은 생산직근로자보다 10원씩은 더준다는 뜻인가.

10원, 100원도 1000원도 아니고 10원. 처음엔 오타인가 생각했다. 오타일까, 지금도 의아하다.


아무튼 월 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이라는 말은 하루에 3시간씩 5일 근무일 때, 주당 15시간이며 4주로 환산하면 60시간이 된다. 그러니까 저 문구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하루에 3시간씩은 일하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되며, 대체로 누구나 4대보험과 퇴직금 대상이 된다는 의미겠지.

그런데 월 60시간을 시급 9,630으로 환산하니 577,800원이다.

여기서 4대 보험금을 떼면, 매월 실수령액은 얼마가 되는가?


내가 너무 돈을 밝히나?


열심히 하루하루 최대 3시간이상 일을 찾아 성실하게 아이들을 잘 돌보는 이들은 근로자 월 평균 최저임금을 찍는 경우도 있겠지?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

우리 시, 아이돌보미 홈페이지 안내사항_캡처2


잘 모르겠다, 과연 그런 정도의 대가를 받으며 아이를 돌보는 이는 성심성의껏 열정을 바칠 수 있을까. 그저 서너시간 시간때우기 식이 되지 않을까.

특히 돌봄대상 아이의 집이 내가 사는 곳과 멀어서 오가는 시간이 적잖이 소요된다면 심적 부담은 더 커지지 않을까.


나는 나를 납득시키기 위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월 60시간동안 가장 급여가 센 기관연계서비스  급여를 받는다고 치자,

16,850✕60시간=1,011,000원

최대시간 최대급여로 환산할 때 이정도다.

돌봄제공 시간을 월 최대 100시간 했다고 가정해 보기도 했다.

100시간✕16,850=1,685,000원. 

이 역시 최대 급여인 기관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의 급여인 16,850원을 시급으로 했을 때이니, 평균적인 시간제 돌봄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시급도 총 급여액도 더 낮을 것이다...


혹자는, 나는 그럼 일을 60시간이상 100시간씩 해야겠다고 의지를 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 이후에 돌보미의 업무가 시작되고 끝난다는 점이다.

하교하는 오후3~4시부터 부모가 퇴근하여 돌아오는 오후6~7시 즈음까지의 3~4시간이 하루 최대 돌봄 근로시간이 아닌가.

(영아들의 경우는 종일돌봄을 하게될 수도 있을 것같다. 부모의 출근시간인 8시부터 퇴근시간인 오후 6~7시까지? 대략 하루에 9~10시간씩 돌봄을 제공한다면,

주당50시간✕9630=481,500✕4주=1,926,000원. 

주당 50시간 이상이 되어야 이 정도 급여가 산출된다. 오롯이 자기시간은 거의 없이 갓난아기를 헌신적으로 돌보았을 때의 예상이다.)


유아~초등생을 그 시간 동안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나 세 명을 한꺼번에 돌본다면 급여는 올라가겠다.

그런데, 그 경우에도 돌보는 아이가 두 명이 된다고 해서 시급이 따블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놀랍다...

위의 조견표에 의하면, 둘이니까 깎아준다는 의미인데....그건 물건을 살 때의 이치가 아니던가, 3개에 3,000원씩인 붕어빵을 6개 사면 5,000원에 주는 식? 

그러니까 그건 물건을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인 거지,

근로를 제공하는 이에게 아이 둘을 돌보는 대가로 2인분이 아닌 1.5인분만 적용하겠다는 논리는 잘 못돼 보인다.


아이를 낳아본 적은 없더라도 아이를 돌보아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아이는 한 명을 돌보기보다는 두 명을 돌보는게 당연히 더 힘들다. 그러니 급여 책정부터 틀렸다.

한 명일 때 9,630이면 둘일 때는 고스란히 9630*2=19,260원, 셋일 때는 9630*3으로 계산하거나 그보다도 더 쳐주어야 근로를 제공하는 돌보미의 입장에서도 납득이 되지 않을까.


출산률이 국가소멸수준이라며 출산지원금을 몇백 만원을 주네 마네 하는 시점에서, 그들이 애써 낳은 아가들을 자부심을 가지고 돌보개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충분하고도 만족스러운 보상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내가 너무나 속물적인가???


우리 시, 아이돌보미 홈페이지 안내사항_캡처3


그뿐이 아니다.

위의 교통비지급기준에 따르면 거리에 따라 4000원에서 최대 1만원을 지급한다.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한 면접관이 물었다.

"아이돌보미를 하다 보면 아이가 사는 지역이 내집과 멀수도 있다.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다닐 수 있는지 답을 해달라."

나와 함께 면접에 임한 두사람은, 얼마든지 아무리 멀어도 하겠다고 답을 했다.

교통비가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런 답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하겠다고 답했다.(교통비지급여부와 상관없이)

왕복 1시간 이내의 거리는 가능하지만, 그보다 먼거리는 저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너무 먼 거리를 오가느라 제가 지친다면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무리 멀어도 다닐 수는 있겠지만, 마음 속에 불평이 쌓일지도 모르겠다.


돈도 되지 않는데 이렇게까지 다녀야하나 싶어질 것만 같다.

돈은 생존을 위한 기본조건이다.

경제활동의 결과 다시 한 달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그 액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이고, 소명의식과 자부심만으로도 훌륭한 돌보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정당한 근로를 제공하는 직업을 갖게 되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이 가능할 수준의 급여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급여수준이 중요하다.

급여가 충분하다면 나의 자부심과 열정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면접관들은 아이돌보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도 물었다.

다들, 아이를 돌보아봤으니 잘 할 수있다, 자기 하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하겠다고 답을 했다.

나는 답했다.

저는 아이돌보미도 하나의 직업이라 생각하고 지원했다. 그러니 월 평균 최저임금은 되어야 일을 할 수 있을 것같은데, 아마도 그게 충분치 않을 것같다.


그들도 아이돌보미는 직업으로 접근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직업이 되려면 최저임금은 적어도 보장되어야 한다.

홈페이지에 제시된 활동시간과 예상 급여 환산결과상으로는 도저히 직업이 될 수 없다.

아르바이트, 여가시간 활용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 정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절대 안되겠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한 사람의 인간을 완성하는 중대한 과정이기에 기본적으로 크고 무거운 책임감이 수반되어야 한다.


턱없는 급여조건에다 가끔 상여금(상여금지급조건도 매우 까다롭다)을 주는 것으로, 교통비를 지급받는 것으로는 아무래도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자부심이나 책임감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것같다.

그래서 수시로 모집을 하는 것일까.

허울좋은 명분과 포부를 안고 시작했으나 길게 가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이들이 많은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들은, 내가 충분하고 훌륭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의 직업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어쩌면 그 일은 돈보다도 봉사정신,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결국, 그날 오후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통보가 왔다.

나의 마음은 홀가분했다.

언젠가 내가 생산직근로현장에서 떠나게 될때는 아이돌보미라는 아르바이트에 다시금 도전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써 모든 면접의 꼼수끝이 났다.


나같은 꼼수를 부리는 대신,
묵묵히 자신이 선택한 일에
자신의 위치에서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아이돌보미 전문가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면접에 대처하는 '꼼수 여왕'의 자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