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직업상담사의 역할과 한계
생산직에 투신하면서 워크넷 혹은 취업포털에 대해 알게되었다.
그것들의 공통점이라면, 일을 원하는 사람에게 구인정보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일테다.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혹은 벼룩시장 또는 알바몬이니 알바천국이니 하는 사이트들의 특징이라면, 거기 올라있는 구인정보에 구직자가 직접 접근하여 지원을 하는 거다. 내가 보낸 지원서_이력서 등을 보고 업체 측에서 면접일정을 알려오거나 하는 식으로 과정이 진행된다.
반면, 워크넷은 좀 다르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시청과 고용센터등 몇몇 창구와 연결되어 있어서 워크넷에 오른 구인정보를 보고 내가 직접 연락을 시도하여 취업을 위한 노력을 할 수도 있고, 직업상담사라는 이들의 알선명목 연락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알선하는 취업정보가 결국은 워크넷에 올려진 구인정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간혹, 워크넷에 등재된 구인정보를 내가 미처 발견하기 전에 그들의 소개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2년여전에, 초콜리공장_D에서 2년을 버티고 퇴사를 결심하고 사직서까지 낸 상태로 마지막 근무일정을 채워나가던 중, 다음 취업을 위해 워크넷에 구직신청을 하고 구직상태로 돌입했었다. 그러자, 갑자기 워크넷 혹은 인근고용센터의 직업상담사들이 뻔질나게 경쟁적으로 전화를 해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취업을 원한다고 설정한 식품생산 등의 구인정보를 올린 업체들을 소개하며 '여기 어때?'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그때, 마지막 근무일정을 채우고 있던 바로 그 초콜릿공장_D의 사장도 내 후임 물색을 위한 구인정보를 올려둔 상태였던가 보다.
여러 건의 취업안내 문자와 전화를 받던 중, 어느 상담사(_P라고 해두자)가 공교롭게도 초콜릿공장_D의 구인정보를 들이대며 '여기 어때?' 하는 것이다.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내가 지금 근무중인 곳이니 알선이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 말을 건성으로 흘려버렸는가보다.
다음날인가, 초콜릿공장 사장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유선생님 이력서가 우리 회사로 들어왔어요. 껄껄껄--
-네에? 뭐라고요??
난 그런 적이 없는데, 뜬금 없는 비보가 아닌가.
-아 괜찮아요. 어차피 다시 취업하셔야 하니까 그런 거죠..
-그야 그렇지만, 지금 근무하는 곳에 제가 다시 이력서를 낼 리는 없잖아요.?
사장몰래 취업을 도모한 것도 아니고 꿀릴 것은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웃기고 황당했다.
그순간, 전날 받았던 워크넷 상담사와의 통화가 생각났다.
그녀가 여기 어때?를 외쳤을 때, 지금 마지막 근무중인 곳이라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었는데, 상담사 P는 뭐가 그리 급해서 남의 이력서를 함부로 성의 없게 전송하는가.
당시 나는 화가 나서 그 상담사 P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했다.
그리고 당장 벌어진 황당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 내가 아직 다니고 있는 회사에 내이력서를 보내다니 말이 되느냐고.
어저께 당신이 그 초콜릿공장을 소개할때, 분명히 아니라고, 내가 다니는 곳이라고 했음에도 귀기울여 듣지 않고 무성의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당황하며 '미안하다'고 답했다.
적어도, 내 이력서를 보내려거든 현재 재직중인 곳이 어딘지 정도는 확인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랬더라면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후로도 종종 구직상태로 돌입하고 워크넷에 구직신청을 하면 고용센터의 직업상담사들이 앞다투어 취업알선 전화를 걸어온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분들이 왜이렇게 적극적으로 전화를 해대는가 가늠해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알려주는 정보라는 것들이 대부분, 워크넷이나 시청홈페이지의 구인정보란에 이미 등제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정보들에는 누구나 나처럼 구직을 원하는 이들이 먼저 접속하여 나에게 맞는, 내가 찾는 취업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굳이 직업상담사라는 이들의 전화를 따로 받을 필요가 있나 싶은 것이다. 그냥 내가 알아서 연락해볼건데...
어느 때는 한사람이 몇번씩 전화를 한다.
-여기 어때?
-또다른, 여긴 어때?
-그럼, 여긴 어떠니? 하는 식이다.
취업알선을 위한 직업상담사의 필요성은, 오늘날처럼 인터넷으로 정보탐색이 쉽지 않던 시절이거나, 아니면 그와 같은 정보에의 접근이 어려운 이들을 오프라인으로 대면할 때가 아닐까.
그러니까 취업정보를 찾으러 고용센터에 직접 방문하는 구직자들을 대면하게 되는 경우, 직업상담사가 현실적으로 필요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뻔히 인터넷으로 찾아들어갈 수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 자꾸 친절하게 이미 나도 검색하여 알고 있는 취업정보를 알려주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이미 다 알려진 정보를 마치 자신이 처음 알려주듯 성실하게 구는가 말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이번 구직과정에서 겪었던 것처럼, 워크넷에 구인정보를 올린 업체가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생산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에 직업상담사들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지 않을까. 거기 뜨는 정보를 구직자들에게 알려주고 취업되면 자신의 실적으로 +1 하려는 생각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롭게 올라오는 구인정보들 중에서 막연하고 미흡한 정보의 여백을 찾아 확인하여 구직자들에게 보다 충분한 정보를전달하는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말이다.
지난해 11월말에 비타민공장을 뛰쳐나온 뒤 막연히 꿀직장인줄 알고 들어갔던, 화장솔 제조업체의 경우가 그렇다. 처음에 그 업체에 취업하게된 계기는 아르바이트 취업정보사이트의 구인공고를 본 경우였다. 그러나 딱 하루만에 진동하는 본드냄새와 플라스틱가루의 위해위험성을 견디지 못하고 내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워크넷에 그 업체의 구인정보가 올라온 것을 확인했었다.
나는 그때 깜짝 놀랐다.
당연하게 그때도 워크넷 상담사의 알선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워크넷에 올려진 그 엉터리 정보를 내게 읽어주며 지원해 보라고 공들여 소개했다.
그때 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돌아온 반응은 어땠을까?
그러면서 바쁘게 전화를 끊었는데, 그 마지막 답변은 마치,
너 아니면, 다른사람에게 소개하면 되지,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녀는 또다른 구직자에게 그곳을 알선했을 것이다.
자신들은 미처 알지 못하는 그 업체의 실체에는 관심없이, 그저 알선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라니.
아무것도 모른 채, 취업만이 급급한 이들은 후한 급여에 현혹되어 일단 취업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상담과정은 빠져있고 그저 실적올리기에 급급한 일방적 소개과정만 남아 있다.
업체가 올린 허술한 업체정보에 대하여, 누군가 구체적인 추가 정보를 알려주었을 때 귀기울여 듣고 근로자의 건강 위해성여부를 짐작하고 좀더 실체에 접근한 뒤에 소개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말이다.
그저, 업체가 자신들의 정보를 정직하게 올리지 않으면 않은대로 무성의하게 구직자와 연결시키는 데만 관심이 쏠려 있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말이다. 아무리 월급이나 받자고 하는 일인지 몰라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규정한 직업상담사의 '직업상담'이란 업무 규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구인ㆍ구직ㆍ취업알선상담ㆍ진학상담ㆍ직업적응상담 등 노동법규 관련상담 노동시장ㆍ직업세계 등과 관련된 직업정보의 수집, 분석하여 상담자에게 이들 정보를 제공 직업적성 검사, 흥미검사 실시 및 해석을 수행하는 업무.
풀어서 말하자면, 구직자나 미취업자 등에게 적성검사, 흥미검사 등을 실시하여 구직자의 적성과 흥미에 알맞은 직업을 찾아주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직업선택, 직업설계, 구직활동 등을 전문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직업전환, 직업적응, 실업 및 은퇴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정보제공과 전문적인 상담활동을 수행한다는 소리다.
과연 그럴까.
내가 겪어본 시에서 운영하는 고용센터의 직업상담사들이 정말 이토록 전문적인 도움을 주는걸까....
적성검사나 흥미검사는 워크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구직자가 알아서 찾아 하면 된다. 그외....위에 기술된 상황에서 얼마나 전문적인 활동을 하는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경험한 직업상담사들은 그저 텔레마케터처럼 워크넷에 올라오는 구인정보들을 구직신청자들에게 전화로 알려주는 일이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언제 나의 적성과 직업적응 문제에 관심을 가졌는지 의문이다.
자격증을 따기위해 열심히 공부한 노력은 가상하나, 그들도 결국은 취업의 일환이었을 뿐, 하루하루 +1의 실적을 위해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전화를 해대는 것이 최선일 뿐, 안정적인 일자리가 절실한 이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취업정보를 주려는 직업정신, 업무규정에 준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나로서는 직업상담사가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여타의 취업포털처럼 그냥 각각의 업체들이 구인공고를 올리면 되고, 일자리가 필요한 구직자들이 그것들을 탐색하다가 알아서 지원하면 되는데 말이다...
물론, 나는 직업상담사 전체를 모함하거나 욕할 생각은 없다.
내가 만난 직업상담사들 보다 더 많은 직업상담사들께서는 어쩌면 그와 같은 치열한 직업정신으로 살아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