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싱이 생기기 전, 어릴적에는 어머니의 생업수단이기도한 재봉틀을 가까이 보고 만지며 어느 순간부터
나도 재봉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 후, 1년 뒤엔가 남편에게 1주년 기념선물로 재봉틀을 사달라고 했다.
부라더미싱.
어머니의 옛날 재봉틀보다 효율적이고 모던하기도 한 전동식 부라더 미싱을 이용해 파자마 바지와 우리 강아지 뤼팽이의 옷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 한 몇년 쓰다가 처박아두다가 생각나면 가끔씩 꺼내어 조물거리며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곤 했다.
그러다 또 처박히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흘러가고...나의 첫미싱 부라더는 수년전 친정조카며느리에게 넘겼다. 그후, 나는 준공업용 싱거미싱을 샀다.
그것은 가정용 부라더미싱과 달리 좀더 두꺼운 원단이나 가죽등을 박음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욕심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의 눈을 사로잡는 작고 단단한 외모의 그것에 대한.
조각보
새로 구입한 미싱의 효용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나는 조각보 만들기를 시도했다.
물론, 그전까지 조각보를 만들어 본 적은 없었다.
나의 미싱 작업물은 '언제나 생전 처음'이다.
인터넷을 뒤적여 조각보를 어떻게 만드는지 탐색하고 괜찮은 패턴을 구하고, 색색의 모시 원단을 구입했다.
그리고 한동안 모시조각보 만들기에 매달렸다.
모시조각보_테이블매트 시리즈
모시조각보_테이블매트의 용도
테이블 매트 작업물들,
생전 처음 만들어 본 것치고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예의 바르게 환호를 표하기도 했다.
그에 힘입어 가리개 작업에도 도전했다.
같은 패턴의 조각보임에도 반대편 빛이 투과될 때와 아닐 때의 가리개의 느낌이 다르다.
아마도 맨 처음으로 완성했던 조각보 가리개인 듯.
조각보의 패턴은 인터넷에 떠돌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해본 결과, 굳이 패턴이 없어도 가능하다.
특별한 예술감각이 필요할 것같지도 않다.
겹치지 않도록 색을 쓰고 면분할에 있어서도 가능하면 다양한 크기로 나누어 지루하지 않게 이어붙이면 된다. 규방공예에서는 수십개의 조각을 이어붙이는데 손바느질을 한다.
그로써 정성과 수고와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나도 규방공예로서의 수작업 조각보를 익혀볼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지루함을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나에게는 씽씽한 미싱이 있다, 나는 재봉틀로 박음질하여 조각보를 완성하겠다!
재봉틀을 이용한 조각보작업은 신속함이 장점일 게다.
한땀한땀...공들여 손바느질을 하여야 가치도 정성도 배가되는 지 모르겠으나,
나는 내가 만든 패턴을 이용하여 모시원단의 컬러를 배정하고 자르고 하나하나 이어붙여가며 정성껏 재봉틀을 굴려 조각보를 만든다.
나만의 정성과 수고와 노력을 충분히 더한다.
그리고 그것은 창의적인 작업이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패턴으로 나만의 조각보를 완성하는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 창에 드리워보았다. 적당한 바람과 들이치는 빛에 살랑이는 조각보가리개의 효용을 보여준다.
남편의 서재 방문 앞에 드리운 모시조각보 가리개_흔들리는 장면을 위해 선풍기 바람을 연출했다
적당한 바람과 햇빛이 비추는 곳에 모시조각보는 운치를 더한다.
아파트생활 가운데서 이와같는 조각보는 어쩐지 마음에 정감을 더한다.
이 작업들은 그즈음(아마도 2018년 여름즈음)의 짧은 여가생활로 끝나고 말았다.
오래된 손미싱_새 미싱
얼마전, 문득 나는 새 미싱을 하나 충동적으로 구입했다.
전기로 굴리는 싱거미싱은 부피도 크지 않고 효율적이다.
그런데, 가끔 중고로 올라오는 오래된 전통스타일의 미싱에 눈길이 갔다.
이제는 골동품 취급을 받아, 장식용으로나 주로 나간다는 그것을.
며칠동안 인터넷 중고판매사이트들을 뒤져 마음에 드는 그것을, 마침내 발견하고 결정했다.
나는 손으로 돌리는 미싱을 구입했다.
오래전 인간들이 미싱을 처음 사용할 때는 손으로 휠을 돌려 박음질을 했다. 그러다 발판을 설치하고 전용테이블 위에 얹고 휠과 발판을 연결하는 벨트를 걸어, 의자에 앉아 발판을 구르면 박음질이 되는 발미싱이 되었다. 발미싱의 장점은, 휠을 돌리는데 손을 쓰지 않아도 되니 양손 모두 원단이 더욱 잘 박음질되도록 매만지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어머니의 생업수단이었던 오래전 재봉틀에도 발판이 있었고, 어릴적 나도 그 발판을 구르며 박음질을 익혔던 아스라한 기억이 있다.
그후, 미싱을 교체하면서 어머니는 앉은뱅이식 전기식 미싱을 들였다.
새 미싱에는 전기모터가 달리고 무릎밑에 두고 터치하는 조그만 페달이 있었다. 바로 옆에 완성해야 할 원단의 조각들을 펼쳐놓은 상태에서 앉은뱅이식 전기미싱은 사용이 편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
'어머니의 미싱'은 지금 언니집에 가있다.
나와 어머니의 집을 합가하면서 더이상 쓰지 않게된 어머니의 미싱도 자리를 잃었으나 내다버릴 수는 없어서 언니집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다.
그것이 그리된 데는 앉은뱅이미싱이 얹혀있는 상판의 넓이와 부피때문이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두대의 미싱-최신식 전동식미싱과, 생산된지 40여년이상 되었다는 옛날 손미싱-은 상판이 없다. 그래서 아무때나 내 넓은 작업대위에 올려두기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 핑계로 나는 최근, 남들은 장식용으로 쓴다는 그 옛날 미싱을 들였다. ㅎㅎㅎ
기분이 좋았다.
준공업용이라는 싱거미싱과 최근 구입한 옛날 DRESS손미싱
내가 이 오래된 옛날미싱에 반한 것은, 오른쪽 휠 옆에 달린 손잡이때문이다.
원래는 손잡이가 없이 휠만 있는 미싱으로 생산되었으나, 이 구제미싱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전문미싱판매자께서 손잡이(중국산 무쇠라는 점이 아쉽다)를 달고 닦고 조였다고 했다.
휠을 직접 돌려서도 재봉작업을 할 수도 있으나
새로 달린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그에 연결된 휠이 돌돌돌...돌아가며 박음질이 된다.
재미있다.
이것이바로 손미싱이다.
앞으로
이것을 이용하여 다시금 조각보작업을 시작해 볼까한다.
그 시작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곧?
그래서 베란다에 방치되어있던 드넓은 작업용테이블을 거실 한쪽에 끌어다 설치했다.
다음으로 창고에 박혀있던 싱거미싱을 먼저 꺼내어 먼지를 털어 얹었다.
그리고 중고로 구입한 손미싱도 갖다 얹었다.
손미싱을 돌릴 때의 기분은 야릇하다.
전기미싱의 발패드를 눌러 자동으로 굴러가게 하는 것과는 또다른 맛과 재미가 있다.
처음으로 어제, 주머니를 달아붙이는 재봉작업을 해봤다. 손잡이를 돌리는 일이 아직 서툴러서 뜻밖에도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