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팽, 췌장염 투병기

20170317-20170322

by somehow

전혀 예상치못한 일이었다.

주어도 주어도 부족할 것만 같은 애틋함으로 더 맛나고 좋은 식사를 주려는 마음에서 비롯한 일이다.

우리 뤼팽이는 사료만 주어도 아주 맛나게 잘 먹는 착하고 씩씩한 아이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니 걱정스런 마음이 앞선 아빠의 강력한 요구와 지시로 인해 지난 3개월간 저녁밥에 고기 통조림을 섞어주기 시작했다.

맛나게 싹싹 핥아서 설거지까지 잘 하는 뤼팽이가 문제를 일으키리라고는 생각못했었다.

그러나 3월13일부턴가 저녁에 한번씩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가끔 잘 토하는 애라 그런가하고 지나쳤는데 그게 3일정도 이어졌다. 입원하던 16일까지도 전혀 어디가 아픈지 눈치채지 못한채 멍하니 있다가 그날 오후부터 몇번 더 토하고 나중에는 아무것도 먹은게 없는데도 구토와 설사까지 해대자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집에서 가까운 응급실로 갔다.

얼마후 피검사 결과 급성 췌장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때까지도 사실 우리는 무얼 잘못했는지 몰랐으나 췌장염은 음식과 상관있다는 점을 깨닫고 지난 3개월간 매일 저녁 사료에 섞어준 고기통조림이 독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료는 강아지들의 영양이 완벽하게 갖춰진 것으로 그것만 먹여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인간들의 지나친 사랑과 욕심으로 오히려 독을 퍼먹인 꼴이 되었다. 결국 그날 자정에 뤼팽이는 입원하게 되었고 5일간 수액를 계속맞으며 치료를 받게되었다...

그러고보니 병원에 오기전까지 이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꼬리를 내린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온집안을 끊임없이 배회하던 것이 생각났다. 강쥐들은 아파도 아프다 소리를 못하는 만큼 아파도 내색을 하지 않는단다.

장에 염증이 가득 차오를 동안 얼마나 아팠을까....입원 후에는 피똥까지 쌌다고 하니...

췌장기능이 망가져 속으로 앓는 동안에도 뤼팽이는 아픈내색은 커녕 더 생생한 척 산책을 기다리고 간식을 요구하 곤 했었다.


3/17 입원실, 입원 첫날 아침 진통제와치료제가 포함된 수액치료중이라 몽롱한상태다.


잠시후 우리가 온것을 알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반가운듯 아빠 손을 핥아준다.


3/18 입원이틀쩨. 입원기간내내 매일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왔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70902151133_0_crop.jpeg 3/18 뤼팽이 담당 선생님. 꼼꼼하고 세심하게 잘 돌보아주셨다.


3/19



3/19 이때까지도 뤼팽 다소 의기소침해보인다.


입원실. 담요를 덮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3/19 밤. 잠자는 모습. 선생님이 찍어보낸 사진


3/20 퇴원 이틀 전.
3/20 많이 생기가 돌아와서 다른 강아지들을 쫓아다니며 놀고싶어할 정도.


3/20 밤 식사. 스스로 밥을 먹는다.


3/20 저녁 뤼팽, 식사후 산책을 한다.


3/21 퇴원전날.


3/21 오후 면회가 끝나고 입원실에 들여보내자 식사를 하려고 한다.


3/22 퇴원당일. 정오쯤 찾아갔을때 퇴원준비를 마치고 로비를 산책중이다.

입원한동안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 아침에 목욕까지 시켜서 잘 준비시켜주셨다. 뤼팽이 몸도마음도 가벼운듯 신나게 로비를 휘젓고 다닌다. 5일만에 대체로 생체사인이 거의 정상으로돌아왔다.



고기를 먹이도록 요구한 당사자로서 아빠는 뤼팽이 입원 내내 몹시 슬퍼하고 우울해했다. 나이가 많아 급성 췌장염이 매우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뤼팽이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병을 이기고 살아났다. 나는 이 작고 씩씩한 꼬마가 당연히 병을 이기고 일어날 거라고 처음부터 믿어의심치 않았다. 치료해준 선생님도 인정한 것이지만 우리 뤼팽이는 겉보기에도 체력상으로도 7~8세 정도로 매우 건강하단다.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을 제대로 실감한 계기였다. 강아지도 인간이 보살피고 키우지만 인형처럼 다루거나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 돌이켜보니 저 작은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지나치게 과잉반응하고 과민하게 보살핀 경향이 있다. 최선을 다하여 상태를 살피고 보살피되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 아니, 매우 중요하다.


이제 간식도 최소화하고 고기류도 정말 가끔 특식으로나 제공하기로 했다. 아직 산책도 못하고 집안에만 있으니 갑갑해보이지만 다음주부터는 산책도하고 좋아하는 당근슬라이스도 먹여봐야겠다.


뤼팽. 미안했어...



뤼팽이가 5일간 입원한 24시간진료 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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