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h My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Aug 30. 2023

지나간, 꿈2

_가방디자이너가 되고자

엊그제, 플루트가방을 하나 더 팔았다.


얼마전 중고나라에 올려둔 상품을 보고 연락해온 이에게 플루트가방 하나를 판매했는데, 뜻밖에도 그 고객이 또다른 플루트가방도 선물용으로 구입하겠다고 연락해온 것이다.

나의 플루트가방이 정말 마음에 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중고나라에 올린 이유는....정말 팔아버리고싶어서다. 가지고 있어봐야 내게는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런데 실제 가격으로는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아주 저렴하게 중고나라에 올렸다.

그랬더니 두개나 판매가 되었다.



가방디자이너


이 또한 나의 지나간 꿈들중 하나다.


좌:소가죽 플루트가방/우:소가죽 플루트가방과 악보집세트(오케활동당시 지휘자에게 선물했던)
좌측과 가운데사진이 최근 판매된 플루트가방. (이제 우측에 있는 가방 하나 남았다)


소가죽이나 양가죽 혹은 버팔로가죽으로 플루트가방을 제작했다. 적어도 5~6개는 될 듯싶다.

그중 두세개는 주문을 받아 제작하여 판매한 것이고 나머지 서너개는 판매를 목적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위사진의 가운데 아이보리색 양가죽플루트가방과 좌측 브라운톤 가죽 플루트가방이 이번에 판매되었다.


2012년, 대략 8개월정도 핸드메이드가죽가방디자인&제작과정을 공부했다.

이탈리아의 어느 가방디자인학교에서 자격을 획득하고 돌아왔다는 가방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서울 모처의 어느 공방에서였다.

당시에도 나는 늘 새로운 일을 모색했다.

그즈음 내가 우연히 관심을 갖게 된 일은 원목가구제작과 가죽가방디자인/제작과정이었다.

결론적으로 가구제작은 수업료나 수학기간 면에서 가죽가방수업 보다 부담이되는 편이었다. 나는 좀더 배우기 쉽고 비용도 조금 저렴한 가죽가방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에는 물론 남편이 있다. 그 언제나 나의 관심사에 지지를 보내주고 가능하면 도전해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2년 봄부터 겨울까지...그렇게 나는 매주 한번씩 서울 모처의 공방을 오가며 주로 소와 양가죽을 이용하여 가방을 만드는 과정을 기초부터 배웠다. 우선 디자인을 하는 방법, 패턴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구입한 가죽위에 패턴을 올려 본을 뜨고 재단하는 방법. 그리고 공업용 미싱을 이용하여 그것들을 하나하나 이어붙여 하나의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을 익혔다.

내가 이수한 과정은 통가죽에 100% 수제바느질로 이루어지는 가방제작과는 다른 타입의 수제가방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내가 학습한 과정은 여자들이 흔히 들고 다니는 그런 가죽핸드백류를 완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가방들에는 안감이 달려있고 심지가 들어있으며, 지퍼 혹은 다양한 금속장식이 추가된다.

수업과정에는 지폐클립이나 필통, 장지갑, 열쇠지갑, 숄더백, 파우치, 서류가방 등이 있다. 과정을 모두마치고 나혼자 방하나에 나름의 공방을 차린 뒤에는 플루트가방이나 악보집, 핸드백 등 제작했다.


당시에는 플루트오케스트라에서도 활동하고 있었기에 단원들의 주문을 받아 핸드백, 솔더백, 플루트가방 등등을 제작하기도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 플루트가방과 악보집을 선물하기도 하고 단장과 몇몇 단원들이 플루트가방을 주문하여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그후 2017년정도까지, 나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상표등록을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시도를 했으나 접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과정이, 몸통을 완성하는데는 미싱을 사용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모든 과정이 손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원래 손가락이 약했던 나는 그로인해 가중되는 통증을 끝내 견디기 어려웠다.

그외에도 끝없이 자본투자가 이루어져야했고 반면 판로개척이 여의치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그쯤에서 접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고 정리를 했다.


모든 가방은 내가 디자인한다.

물론 기존 브랜드가방의 디자인을 참고하는게 기본이긴 하다.

결국 모방에서 창조가 시작되는게 맞다.


무모하지만, 한때는 가방디자이너가 된 나를 상상하기도 했다.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 뭐든지 해보려고 하면 해내는 편이었기에 가방디자인과 제작역시 나에게는 맞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본투자가 이루어지면 결국은 수익이 창출되어야 하는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내게는 절실함이 부족했던 것인가 싶기도하다.


악어가죽무늬 소가죽으로 만든 빅사이즈 파우치들
좌:아는 분의 주문,제작, 최고급 소재로 완성/중:보스턴백스타일/우:내가 사용하는 숄더백. 금속장식이 많아서 좀 무겁다


좌:내 시그니처디자인의 포켓변형스타일/가운데,우: 매우 부드러운 양가죽 한장으로 만든 숄더백. 실용성은 낮음
좌측:나의 시그니처디자인의 변형 디자인이다. 사이즈가 크다. 우:나의 시그니처디자인 기본스타일


믿을 지모르겠으나 나는 나만의 핸드메이드가방 디자인을 완성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오렌지 레드컬러 핸드백과 위쪽 탄색 핸드백이 그것이다. 그 가방의 디자인 역시 어느 백화점에 전시된 핸드백의 디자인을 보고 착안하여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것이다. 이 디자인은 고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래서 여러개 주문제작했던 기억이 있다.

주문제작은 그들이 원하는 컬러나 가죽의 유형으로 이루어진다. 대개 내가 추천을 하기도 한다.

모든 가방들의 박음질은 손이 아닌 미싱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마무리과정, 이를테면 손잡이와 몸체를 연결하는 부위라든지, 내가 생각할 때 미싱보다 손바느질이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가죽용 바늘에 나일론 실을 꿰어 한땀한땀 박음질하여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혹자는, 미싱으로 만드는데 왜 핸드메이드라고 하는지 의아할 수도 있으나, 디자인에 따라 패턴을 만들고 가죽위에 패턴을 올려 본을 뜨고 가위로 잘라 재단하는 등의 전과정을 수작업으로 하게 되므로 핸드메이드라고 하는 것이다.

즉, 공장식 대량생산이 아닌, 하나씩 모두 사람의 손을 거쳐 더디게 하나씩만 생산되기 때문일 것이다.


좌:뱀피무늬 이태리가죽 숄더백/가운데는 백팩/우:부드러운 양가죽 한장으로 만든 숄더백. 실용성 낮음


좌:동생이 주문하여 완성했던 쇼퍼백
좌:선물용으로 제작했던 남성용서류가방 .우:숄더백.어깨끈이 길고 가방은 가로가 길게 디자인했다.


그 몇년동안 내가 디자인하고 만든가방과 소품류는 적지않다.

그중 일부, 아끼는 디자인들은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이중에는 주문을 받아제작하여 판매한 것들도 있고 만들어서 내가 사용하는 것도 있으며 선물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들도 있다.


2018년경 작업실을 정리하면서 처분하고 아직 남아있는 가방들도 몇개 보인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 손길로 하나하나 자르고 박아 제작해낸

그시절의 나의 핸드메이드 가방들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