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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Oct 30. 2023

생전 처음, 제주 여행

제주에서의 3박4일

20231017~20231020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시월중순,

새벽부터 공항으로 달려가 비행기에 오르고 한 시간도 채 못되어 도착한 섬.


제주도.


이렇게나 가까운데 나는 그동안 뭐하느라 한번도 못 가본 것인지...

착륙직전, 제주 하늘

10월17~20일까지 날씨가 정말 기가막히게 좋았다.

언니네 둘째 아들네가 1년살이 한다며 제주도로 이사한 지가 10달째.

곧 육지로 짐을 싸기 전에 한번 얼굴도 본다는 핑계로 감행한 여행이다.


몇달전부터 비행기,숙소,렌트카 예약을 끝내고 산재휴가가 끝나고 출근한지 며칠만에 다시 4일이나 휴가를 내자니 이토록 뻔뻔할 수가 없다.

아무튼 나는 제주도로 간다.


일정을 잡을 때 성산 일출봉 근처인 제주도 동쪽 끝부분에 첫날 숙소를 잡았다.

당연히 가본적 없는 숙소이기에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숙소는...출입문에 유치권행사중이라는 괴이한 문구가 적인 안내문으로 우리를 맞이했다...괜히 처음부터 기분 안 좋더니만 숙소 이름은 그럴 듯한데 비해

시설은 너무나 허접해서 다시 깜짝 놀랐다.

다행히 하룻밤만 묵기로 했기에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공항에서 렌트카를 빌려 타고 동쪽 숙소를 향해 해안도로를 달려가며 중간중간 내려 바다를 만났다.

바다 보고 싶다고 노래를 했던 남편이 다행히 무척 즐거워했다.

나 또한 바닷물빛이 예쁘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첫날 숙소로 향하며 만난 첫번째 해변은

함덕해수욕장이 있는 해변이다.

철지난 바닷가는 북적이지않는다.

가족끼리 혹은 끼리끼리 바다를 찾은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띈다.

남편은 주저없이 발을 벗고 바다로 걸어갔다.

물이 깨끗하고 빛이 아름답다며 기뻐한다.

함덕해변, 넓은 모래사장과 빛깔고운 바다


제주 둘쨋날,

아침에 숙소를 나서며 근처에있는 성산일출봉을 찾았다.

렌트카로 찾아간 지점은 틀림없이 성산일출봉이 맞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주위 바다는 물결이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우리는 물가까이 다가가 물빛을 바라보고 물속을 응시하며 감탄했다.

투명하고 고요한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고만 싶을 정도였다. 근처에 스킨스쿠버 체험장이있고 그곳 강사들인듯 싶은 이들이 물속에 뛰어들어 첨벙대며 말했다.

물이 너무 추워~ 이젠 추워서 못하겠네....

하면서도 물속에서 첨벙대는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성산 일출봉

곧이어 우리는 일출봉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조금더 걸어갔다.

그제서야 진짜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이 나타났다.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용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있고 많은 이들로 북적거리는 정식 출입구에 이르렀다. 바로 코앞에서 보는 일출봉은 거대한 산처럼 압도적이다.

사람들이 줄지어 오르고 이미 내려오고 있었다.

동쪽 끝이니 이른 아침 일출의 장관을 목격하러 새벽잠을 설친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제주 동쪽 끝에서 서쪽을 향해 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몇군데 해수욕장 팻말이 붙은 곳에 들렀다.

그 첫번째가, 제주 민속촌 근처에 있는 해변.

표선해수욕장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표선 해변


철지난 해수욕장에는 한가로이 바다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띌뿐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전혀 없어서 너무나 좋았다.

해변은 작았으나 물빛이 무척 아름답고 고요했다.


뜬금없이 12지신에 해당하는 동물들의 석상이 해변가에 늘어서 있는게 낯설기도 우스꽝스럽기도 했으나, 내 남편처럼 그 앞에서 사진 한장 찍는 것을 즐기는 이들도 있기는 하던가 보다.


이틀째부터 마지막날까지 묵었던 숙소는 첫날 숙소에 비해 매우 양호했다

더구나 공항 근처의 시내에 있어서 렌트카를 반납하기에도 편리했다.


렌트카를 빌려서 다니는 것은 편리하기는 했지만 사실 남편은 그리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여행와서까지 손수 운전을 하고 다니려니 피곤한 것이다.

그렇다고 나에게 운전을 맡기지는 않는다.

딱 첫날 저녁, 일출봉 근처 숙소에 묵던 날 저녁에 음식점에 가서 제주 흑돼지고기에 술을 마신 뒤 숙소로 돌아올 때에만 어쩔 수 없이 내게 운전대를 맡겼을 뿐이다.

그외에는 마치 자신에게만 운전의 의무가 있기라도 한것처럼, 아니 나를 위한다는 명목아래 운전대를 사수한 것이다. 그러니 피곤할밖에...


3일째 저녁에는 중산간지역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는 조카네와 만날 약속이 되어있었다.

정오 무렵 숙소를 나와 그 집으로 가는 길목의 서쪽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나타나는 바다를 만났다.


곽지해변

그곳에는 바다 바로 코앞에 있는 어떤 리조트 카페에 들러 이국적인 느낌 가득한 그곳 테라스에서 바닷바람을 느꼈다.

곽지해변
곽지해변 카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바다


곽지해변을 떠나 조금더 달리자 협재해변이 나왔다.

 

그렇게 서쪽 해안도로를 달려 조카네 집에 들렀다가 우리는 모두 함께 모슬포 항으로 갔다.

조카가 고등어회를 맛보여주겠다며 데려간 곳, 처음 맛보는 고등어회는 상상외로 맛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오자 막 떨어지는 해가 만들어낸 석양이 뜨겁다.


모슬포 항구의 석양

조카네는 1년살이가 끝나가는 시점에 다시 서울로의 복귀를 결정했다고 한다.

조카의 육아휴직도 끝나가는데, 그곳에는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사는 곳은 산중턱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시내에 나가야 일자리가 있을텐데 그곳까지 왕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생전 처음 제주도 여행에서 우리는 바다를 실컷 보았다는 것에 만족한다.

나는 그래도 여기저기 가볼만한 곳을 추천했으나 남편은 그리 탐탁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바다를 보러 다니는 것만을 원했고 충분히 만족스러워했다.




언제나 처음이 어려운 법, 한번 가보고 나니 다음에는 더 좋은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을 듯하다.


안녕, 제주도 다시 만날 때까지
멀어지는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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