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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h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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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Nov 20. 2023

취업일기는 더이상 쓰지 않으리

어느날 더듬어봤다.


2018년 12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의 생산직근로자 생활은 어느새 햇수로 5년째다.

그사이 뻔질나게 면접을 보러다니고 취업을 하고 퇴사하고 면접보고 까탈스럽게 고르고...취업하고 퇴사하고 또 면접보고...세상에 있는 생산직 공장은 다 섭렵이라도 할듯이 면접을 보러다닌게 수십 번이다...


솔직히 자백할 일이 하나 있다.


지난 10월10일에 산재휴가를 마치고 4개월만에 복귀했던 빵공장에서 나는 3일만에 뛰쳐나왔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도 물론 오랜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나 스스로도 그런 결정을 내리려고 애쓰는 나를 쳐다보며 한심하기도 답답하기도...세상 그 누구보다도 기막혔다.

하지만 나의 발걸음은 그렇게 향했다.


그런 과감한, 미친, 한심한, 대책없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나는, 내 삶체스판을 수도 없이 복기했다.

이 말을 움직여야 할까, 저 말에 올라타야 할까, 이제까지 쌓아온 판을 싹 갈아업고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갈까....


결론이 났다.

판을 갈아업고 새로운 말을 두는 것이다.




물론 그러고도 나는 한동안 면접을 보러 허위적거리며 다녔다.

그러다 진짜로 다 집어치웠다.

더이상 갈데가 없다는 절박함이 나를 멈추게 했다.

이제는 생산직에서도 밀려날 나이가 된것이다. 오라는 데는 딱 한군데, 김치공장.

집에서일년에 한번씩 해본 김장, 그 일이 얼마나 고된 것이었는지 다 안다.

그일을 매일 해야하는 곳.


빵공장을 그만둔 이유의 절반은 내탓이다.

냉동창고에 다시드나들어야한다는 두려움과 분명하게 느껴지는 체력의 한계였다.

당장 계속 뼛속으로파고드는 냉동실의 한기를 견디며 일을 한다한들,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었다. 정말 끼니를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매달려야 할게 아니라면, 나는 좀더 오래 할 수 있는 일, 좀더 생산적인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또다시 새로운 길, 한없이 낯설고 막막한 길 앞에 있다.

새로운 출발선을 나섰고 다시는 취업일기따위는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한 100미터쯤 계속해서 저 길을 걸어갔을 때, 지나온 100미터에 대해 이야기해보련다.

앞으로 가야 할 수백만킬로미터 저멀리 아주 작은 등불이 보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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