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h My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Dec 11. 2023

어머니와 막내의 일주일

지난 9일 동생은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미국에 사는 동생은 어머니의 막내딸이다.


나는 집근처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보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다.

그럼에도 주 2회정도로 면회를 자제한다...요양원이 외부인의 잦은 출입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때문이다.


마음같아서는 매일 가서 어머니 얼굴을 손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욕심이다. 뜻밖에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면회를 오는 경우는 흔치않을 뿐더러, 주 1회 면회를 하는 자녀들도 흔치는 않다고 했다.

그러니까 한달에 한두번 정도로 자녀들이 부모님을 보러 간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요양원 사람들에게 나는 본의 아니게 주2회씩이나 고정적으로 면회를 다니는 세상없는 효녀가 돼버렸다.



지난 11월 29일, 동생이 어머니를 보러 6개월여만에 다시 한국에 왔다.


나는, 언니나 오빠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어머니를 보러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기에 어머니를 만난다는 사실에 대해 어쩌면 절실함이 동생보다는 덜 할 것이다.

어느날, 언니가 동생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니 너도 어머니와 충분히 시간을 갖고 만나고 이야기나눌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그 의견에 공감한 동생은 어머니와 일주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다.

막내인 동생은 우리집에서 어머니가 쓰시던 방에 머물며, 매일 한번씩 어머니를 보러 다녔다.

가서 한두 시간씩 머무르며 이야기도 나누고 얼굴도 손도 어루만지고 온기를 나누며 막내딸과 어머니는 열흘남짓 함께 했다..

(그기간동안 매일 면회가 가능했던 것은 요양원측의 배려덕분이다.

동생이 일부러 멀리서 어머니를 보러오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하자 받아들여진 것이다.

단, 매일 면회의 조건은 동생  한명으로 한정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서글퍼했으나, 하루이틀 만남이 반복되자 어머니는 막내딸을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단다.


매일, 동생은 어머니를 만나는 외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한국에 오면 친구들도 만나고 일과 관계된 사람도 만나는 등 하루하루가 무척 바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일정은 아무것도 잡지 않았다.

오로지 어머니를 만나고 시간을 함께 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다.  


어머니와 막내 두사람 모두의 가슴속에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영원히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 되기를 바란다.



그 중 내 생일이 끼여있는 어느날 오후에는 근처의 번화가로 나가 나의 남편과 셋이서 짧은 휴식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일, 나와 동생은 집에서 근거리의 수목장 묘원을 방문했다.

어머니의 상태가 위중하지는 않으나, 언제 갑자기 돌아가셔도 그리 이상할 것없는 상태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생각이 공감대를 이루자 우리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때를 대비해야 했다.

그 일로 한동안 우리 세자매는 어떤식으로 어머니의 유골을 안치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옥신각신했다.

결국 수목장을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나무아래 고인의 유골을 묻어두면 세월이 흐르는동안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친화적이라고 한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는 의미로, 우리는 수목장에 동의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자락에 위치한 수목장 묘원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각자의 나무아래 잠들어 있었다.

우리는 마음에 드는 나무와 자리를 몇군데 보았고 그중 한곳에 예약을 하고 돌아왔다.

2주내에 다시 가서 자리를 확정하거나 변경하거나 하고 자릿값을 최종적으로 지불하면 그 나무는 어머니의 자리가 된다. 어머니가 언젠가 돌아가시면 그때 그 나무아래 묻어드리고, 생각날 때면 우리는 어머니를 보러 갈 것이다.


산중턱 수목장 묘역에서 내려다보이는 경관
각각의 나무 크기별로 가격 차이가 있다. 1人 1木 혹은 2人1木이 많고, 나무 한그루에 여러분이 모셔진 경우도 있다.


지난 토요일 동생이 짧은 여정을 마치고 제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늘은 12월 11일 월요일.

내일 다시 나의 어머니 면회가 시작될 것이다.

지금 나는 조금 걱정스럽다...

지난 열흘동안 동생을 기억하게 된 어머니가 이제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들 어떠하리...

나는 언제나 어머니의 둘째딸이고 늘 가까이 머무르며, 당신을 느끼고 있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