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Jun 24. 2024

6.마침내, 요양보호사

-어머니, 나를 이끄심

2년여전,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진지한 고민이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점검도 없이, 집에서 가깝다거나 어머니의 주간보호센터요양보호사의 모습에서 만만하게 얕보며 뛰어들었던 요양보호사로서의 4~5일간의 극한 체험은 그렇게 얼토당토않게 끝나버렸다.

뻔뻔하게도, 내가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그 센터에서만 찾았다. 


그것은 밑도끝도 없는 교만과 허영심에 다름아니다. 


겨우, 자기반성이란 것이 '나란 인간은 측은지심은 커녕 희생정신이 박약해서 안될 것 같다'는 푸념, 주제도 모르는  넋두리였음을 실토해야겠다.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도 한없이 부끄럽다....


이러한 참회와 반성을 하도록 나를 들깨운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의지를 부여잡고 안간힘을 쓰던
나의 어머니, 바로 당신이었다.
당신께서는, 사랑과 눈물로 나를 키우시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향해 가는 시간에도 그토록 깊은 애정으로
진정한 가르침을 주셨음을 고백한다. 



20240209,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로부터 보름동안, 도시락공장에서 마지막 수건을 던지고 돌아섰으며 요양원 대표와의 긍정적인 면담 끝에 드디어, 요양원 첫 근무 일자가 정해졌다. 


20240223

ㅇㄹㄱㅈ요양원의 첫날.


마침내, 요양보호사로서 새로운 일과가 시작되었다.


첫날 주간근무를 시작으로 주주야야휴휴가 반복되는 근무패턴이었다.

오전 9시는 주간근무 시작시간이며 전날 야간근무자들의 퇴근시간이기도 하다. 

그 10분전에 근무교대가 이루어지는데, 잠시 대표와 사회복지사까지 한자리에 모여 짧은 회의가 이루어진다. 


대표님이 나를 동료분들께 소개했다.


다들 잘 아실 거에요, 여기 계셨던 최OO님의 보호자이신 유OO선생님이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근무하시게 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일은 처음하시는 거니까, 서로 협조해서 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소개가 끝나고 나에게도 짧은 인삿말을 건넬 시간이 주어졌다.


어머니가 계시는 동안 자주 드나들면서 여러 선생님들이 정말 열심히 돌보아주시는 것을 보면서 제 생각이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같이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를 이 자리로 이끈 분은 제 어머니라고 생각됩니다. 경험은 없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가르쳐주세요!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나를 요양보호사의 길로 이끈 것은 나의 어머니이시다.


그래서인지 살아서도 죽어서도 어머니는 여전히 나의 곁에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5.기대와 좌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