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를 이끄심
2년여전,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진지한 고민이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점검도 없이, 집에서 가깝다거나 어머니의 주간보호센터요양보호사의 모습에서 만만하게 얕보며 뛰어들었던 요양보호사로서의 4~5일간의 극한 체험은 그렇게 얼토당토않게 끝나버렸다.
뻔뻔하게도, 내가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그 센터에서만 찾았다.
겨우, 자기반성이란 것이 '나란 인간은 측은지심은 커녕 희생정신이 박약해서 안될 것 같다'는 푸념, 주제도 모르는 넋두리였음을 실토해야겠다.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도 한없이 부끄럽다....
이러한 참회와 반성을 하도록 나를 들깨운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의지를 부여잡고 안간힘을 쓰던
나의 어머니, 바로 당신이었다.
당신께서는, 사랑과 눈물로 나를 키우시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향해 가는 시간에도 그토록 깊은 애정으로
진정한 가르침을 주셨음을 고백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로부터 보름동안, 도시락공장에서 마지막 수건을 던지고 돌아섰으며 요양원 대표와의 긍정적인 면담 끝에 드디어, 요양원 첫 근무 일자가 정해졌다.
ㅇㄹㄱㅈ요양원의 첫날.
첫날 주간근무를 시작으로 주주야야휴휴가 반복되는 근무패턴이었다.
오전 9시는 주간근무 시작시간이며 전날 야간근무자들의 퇴근시간이기도 하다.
그 10분전에 근무교대가 이루어지는데, 잠시 대표와 사회복지사까지 한자리에 모여 짧은 회의가 이루어진다.
대표님이 나를 동료분들께 소개했다.
다들 잘 아실 거에요, 여기 계셨던 최OO님의 보호자이신 유OO선생님이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근무하시게 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일은 처음하시는 거니까, 서로 협조해서 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소개가 끝나고 나에게도 짧은 인삿말을 건넬 시간이 주어졌다.
어머니가 계시는 동안 자주 드나들면서 여러 선생님들이 정말 열심히 돌보아주시는 것을 보면서 제 생각이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같이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를 이 자리로 이끈 분은 제 어머니라고 생각됩니다. 경험은 없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가르쳐주세요!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살아서도 죽어서도 어머니는 여전히 나의 곁에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